현대자동차그룹 경영 전면에 나선 정의선 수석부회장(사진)이 내부 조직문화 혁신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기 공개채용과 복장 규정을 폐지한 데 이어 임원의 직급체계를 단순화하고 수시로 인사발령을 내는 등 인사시스템을 전면 개편한다. 글로벌 기업들이 진행하고 있는 ‘애자일(agile·민첩한) 경영’에 시동을 건 것이다. 곧 일반 사원의 직급 체계도 개편할 예정이다.
○ 정의선식 혁신… 젊은 애자일 조직으로 전환
현대차그룹은 다음 달 1일부터 임원 직급을 기존 6단계에서 4단계로 축소하고 인사를 수시로 하겠다고 27일 밝혔다. 이사대우, 이사, 상무 직급을 상무로 통합하고 전무, 부사장, 사장 직급은 그대로 유지한다. 매년 연말에 진행했던 임원 인사도 필요할 때마다 진행한다.
이원희 현대차 사장은 사내 메일을 통해 “수시로 변하는 시장과 경영 환경을 고려해 조직과 리더십의 변화를 즉시 추진하고 수평적이고 창의적인 문화를 안착시키기 위해 인사제도를 개편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사제도 개편 발표와 동시에 진행된 임원 인사에서 현대엔지니어링 김창학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했다. 이화원 현대모비스 전무, 김윤구 현대·기아차 전무, 윤승규 기아차 전무는 각각 부사장으로 승진 임명됐다.
현대차그룹은 사원부터 부장까지 5단계로 나뉜 일반·연구직 직급 체계 개편도 검토하고 있다. 5단계 직급을 1, 2단계로 대폭 줄이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내부 의견 수렴을 거쳐 연내 일반·연구직 직원의 직급 개편안도 확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 수석부회장이 인사제도 개편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는 것은 업무 경력이 짧거나 나이가 어려도 참신한 아이디어를 갖고 있는 인재를 임원으로 발탁하기 위해서다. 젊은 임원에게 애자일 형태의 빠르고 가벼운 조직을 맡겨 현대차그룹의 신성장 동력을 발굴하겠다는 것이다.
현대차그룹 사정에 밝은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정 수석부회장이 일반·연구직에서 올라오는 톡톡 튀는 아이디어가 내부 절차를 거치며 최종 보고서에 올라오지 못하는 점에 대해 불만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 정 수석부회장은 지난해 12월 그룹 내 부회장을 9명에서 7명으로 줄이고 50대 사장을 대거 발탁하는 등 현대차그룹을 젊은 기업으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 “현대차는 ICT 기업”… 청바지 입고, 인재 영입 박차
정 수석부회장은 현대차그룹이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처럼 바뀌어야 한다는 소신을 공개 석상에서 여러 차례 밝혀왔다. 이를 위해 정 수석부회장은 완전 자율복장제 시행을 지시했다. 현대차그룹 주요 계열사 임직원은 이달부터 넥타이를 풀고 청바지 차림으로 출근하고 있다. SK텔레콤이나 네이버 등 국내 대표 ICT 기업처럼 복장부터 격식을 따지지 않고 자유로운 소통 문화를 뿌리내리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ICT 기업의 인재를 영입하는 데도 적극적이다. KT 출신의 윤경림 오픈이노베이션전략사업부장과 김지윤 ICT기술사업부장이 대표 사례다. 또 인공지능(AI) 전문가 김준석 전 네이버 리더와 김정희 전 네이버랩스 수석연구원도 현대차에 합류했다. 현대차는 ICT 기업 출신의 자율주행 기술 분야 최정상급 전문가 영입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ICT 업계 관계자는 “정 수석부회장 체제가 들어서면서 빅데이터, AI, 자율주행 기술 분야의 개발자들에게 현대차의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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