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누르니 땅값↑, 다시 집값 상승 부메랑되나…부동산 ‘딜레마’

  • 뉴시스
  • 입력 2019년 3월 28일 07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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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땅값 100개월째 상승…광주>세종>대구 순
주택시장 가수요 이전, 역대급 토지보상 등 탓
"정부 집값 잡기 몰두…수요분산 등 정책전환 필요"

전국 토지시장이 100개월 연속 그침 없는 상승세를 지속하며, 주택시장과 차별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주택시장은 정부의 강력한 대출규제와 3기 신도시 공급 정책으로 실수요를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되는 양상이다.

하지만 이 같은 상황에 오히려 토지시장의 가수요를 촉발되고 있다. 지역균형개발이라는 정책 기조 상황에 전국에서 개발 사업이 추진되고, 토지수용에 따른 보상이 이뤄져 다시 땅값이 뛰는 것이다.땅값 상승은 건축의 ‘재료비’ 상승을 가져오고, 이는 결국 분양가 상승으로 나타나 주택시장으로 전이된다.

27일 한국감정원 전국지가변동률조사에 따르면 전국 땅값은 2월에도 상승하며, 지난 2010년 11월 이후 그침 없는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상승폭은 지난 2017년 2월(0.231%) 이래 최근 2년간 가장 낮았다.

시·도별로는 광주가 0.407%로 가장 높고, 이어 세종(0.333%), 대구(0.325%), 인천(0.317%), 경기(0.313%), 부산(0.312%), 전남(0.311%) 등 순이다. 서울도 0.275% 상승했다. 반면 경남(0.072%), 제주(0.121%), 경북(0.174%) 등 순으로 상승세가 미약하지만 전국적으로 오름세다.

땅값이 지속 상승하는 원인 중 하나는 지역별로 추진되는 개발사업과 사업에 대한 기대감이 배경으로 지목된다.

실제로 개발사업이 있는 곳은 어김없이 땅값이 상승했다. 지난달 전국에서 땅값이 가장 많이 오른 자치구는 경기 용인시 처인구(0.785%)로,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A노선 착공에 따른 개발호재의 영향을 받았다.전남 나주(0.505%)도 한전공대 개발호재, 부산 해운대구(0.491%)는 LCT 개발 등 호재의 영향을 받았다.

반대로 접경지역의 경우 남북관계가 경색되는듯 하자 상승세가 지지부진하다. 파주(0.26%), 고성(0.276%), 연천(0.245%) 등 여전히 상승세는 유지하지만, 평균을 밑돌며 전년만 못한 상승폭이 그쳤다.

한편으로는 주택시장 규제 강화로 인한 반사이익의 영향도 있다. 특히 막대한 금액의 토지 보상금이 토지시장에 몰리며 가수요를 유발 시키고 있다.부동산개발플랫폼 지존에 따르면 올해 토지수용에 따른 보상금 지금예정액은 22조원으로, 지난 2010년(25조원) 이후 9년만에 최대 규모다. 토지수용에 따른 보상금은 다시 인근 토지시장으로 유입되는 경향이 있어 땅값을 부풀리는 기능을 한다.

땅값이 상승하면 자연 집값도 영향을 받는다. 특히 아파트보다는 집값에서 땅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단독주택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또 신규 아파트 분양가도 땅값 상승의 영향을 받는다. 아파트 분양가에서 땅값이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크기 때문이다. 땅값이 움직이면서 인근 주택가격도 덩달아 뛰는 ‘도미노’ 현상이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집값 잡기에만 몰두하다 보니, 집값의 원재료격인 토지시장을 놓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정부가 밝힌 올해 공시지가 현실화율(시세 대비 공시지가)은 표준지 기준 64.8%로 전년보다 2.2%포인트 높아졌지만, 아
파트를 포함한 공동주택 68.1%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1989년 토지초과이득세·택지소유상한제·개발이익환수 등 토지공개념 3법을 도입했지만 여전히 불로소득을 환수할 수 있는 공평 과세가 자리잡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을 때 내는 세금보다, 거래했을 때 내는 세금이 더 크기 때문에 사실상 정부가 불로소득을 권장하는 셈이다. 결국 이는 토지를 보유하게 만드는 요인이 되면서, 시중에 토지 공급을 줄이고 결과적으로 가격 하락을 막기도 한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과 규제는 주택시장에만 집중돼 있다”면서 “주택의 원가를 결정 짓는 토지시장에 대한 정책 개발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그는 “보다 적극적인 택지 공급과 수요 분산 정책 등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다만 토지정책이 오히려 가격 상승세를 유발시킬 수도 있다는 점에서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지난해 말 하남시(0.575%), 과천시(0.46%), 남양주시(0.426%), 인천 계양구(0.424%) 등 수도권 3기 신도시 예정지로 발표된 지역은 상승폭이 상대적으로 크다.하지만 그럼에도 공공택지지구 예정지 주민들의 ‘헐값 보상’이라는 반발이 거세다.

지존 신태수 대표는 “수도권은 현재 주택시장으로 갔어야 할 투기수요가 주택경기 침체와 어마어마한 토지보상으로 토지시장에 몰리고 있다”면서 “이는 다시 수도권 분양시장에 영향을 주면서 집값을 밀어 올리는 등 딜레마를 야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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