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이어 29일 주총 주목
대한항공 주주총회에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등기 이사 연임안이 부결된 지 이틀 만인 29일 조 회장 쪽 사내이사의 연임안을 두고 또 한 번 주주 간 표 대결이 벌어진다. 이번에는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 주총이다.
이날 서울 중구 남대문로 한진빌딩 본관에서 열리는 한진칼 주총의 쟁점은 석태수 한진칼 대표이사의 연임안과 국민연금이 제안한 이사 자격 요건을 강화하는 내용의 정관 변경안이다.
석 대표는 조 회장의 측근으로 사내이사 연임에 성공할지가 관건이다. 만약 한진칼 주총에서 석 대표 연임안이 부결될 경우 조 회장의 입지는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다만 한진칼은 대한항공과 달리 이사 선임안에 대해 참석주주 과반의 찬성만 얻으면 돼 표 대결에서 유리한 입장이다.
한진칼은 조 회장 등 특수 관계인이 지분 28.93%를 보유하고 있다. 2대 주주는 조 회장 측과 대립하고 있는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로 10.71%, 3대 주주는 국민연금으로 7.34%의 지분을 갖고 있다. KCGI가 반대표를 던진다고 해도 조 회장과 조 회장 측 우호 지분을 고려하면 안건이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ISS 등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들과 국민연금이 이미 석 대표 연임안에 찬성 입장을 밝힌 상태다.
국민연금이 낸 정관변경안도 현재로서는 채택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국민연금은 주주제안의 형태로 ‘횡령, 배임 등의 혐의로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이사는 결원으로 본다’는 정관변경안을 제출했다. 만일 정관이 변경되면 횡령·배임으로 재판 중인 조 회장이 재판 결과에 따라 이사직을 박탈당할 수도 있다.
한진칼에 따르면 회사 정관 변경은 참석 주주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특별의결사항이다. 결국 출석 주주의 3분의 1 이상이 반대하면 부결되기 때문에 조 회장 측이 유리한 셈이다.
한진칼 내부에서는 “조 회장 연임이 결정되는 내년 한진칼 주총이 진짜 싸움의 장이 될 것”이라며 긴장하고 있다. KCGI가 앞으로도 꾸준히 투자 자금을 확충해 지분을 늘려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KCGI는 주변에 “올해보다는 내년도 주총에서 진짜 실력을 보여줄 것”이라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조 회장이 대한항공 이사에서 물러난 것만으로는 지배구조에 문제가 생겼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내년엔 조 회장뿐 아니라 아들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에 대한 이사 연임 안건도 있어 큰 고비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조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안 부결 직후 올랐던 대한항공과 한진칼의 주가는 하루 만에 약세로 돌아섰다. 28일 유가증권시장에서 대한항공 주가는 전날보다 5.27% 하락한 3만1450원에 거래를 마쳤다. 한진칼은 1.95% 하락했다. 전날은 한진그룹의 오너리스크가 해소될 것이란 기대감에 상승했지만 기대감은 길게 가지 않았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대한항공의 지배구조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란 분석에 주가가 하락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박성봉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이사회에 직접 참여하지 못해도 사측 이사를 통해 조 회장은 여전히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며 “이번 주총 결과로 한진그룹의 지배구조가 크게 바뀐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변종국 bjk@donga.com·신민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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