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 산업으로 부상한 빅데이터 산업 육성을 위해 이른바 ‘개·망·신 3법’(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법, 신용정보법)이 시급히 개정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빅데이터 산업은 인공지능(AI), 로봇기술, 바이오산업 등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요소로 인식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지나치게 높은 개인정보 보호 규제로 인해 빅데이터 산업 분야에서 좀처럼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빅데이터 관련 규제법을 ‘개·망·신’법으로 흔히 말하는 것도 이들 현행법이 4차 산업혁명의 흐름을 가로막는 시대에 뒤떨어진 규제라는 인식 때문이다.
동아일보와 채널A는 28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제6회 동아모닝포럼을 열었다. 이날 주제는 ‘빅데이터 핀테크, 금융규제 혁신의 길’이었다. 축사를 맡은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 3가지 법이 개정돼야 한국 금융이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다”며 “외국에선 우리나라가 아직 개발도상국형 규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고 말했다. 기조강연을 한 손병두 금융위원회 사무처장도 “전 세계는 데이터 경제로 전환 중”이라며 “데이터는 그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원유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들은 빅데이터 육성을 위한 정부 지원이 많다. 미국은 이미 약 2500개의 데이터 중개회사가 영업을 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사생활 보호 개념이 강한 유럽도 개인정보 활용 근거를 담은 개인정보보호 규정(GDPR)을 제정해 지난해 5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빅데이터 산업은 정보보호에 대한 규제에 막혀 발전이 제한되고 있다. 2016년 비식별조치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빅데이터 산업의 걸음마를 떼려 했지만, 정보유출을 우려한 일부 시민단체 등에 막혀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손 사무처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는 정책 방향의 전환이 시급한 상황”이라며 “정보 활용과 보호 사이의 균형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날 포럼에는 기조강연 이후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의 사회로 토론이 이어졌다.
토론회 참석자들도 정보의 보호만큼 정보의 활용에도 힘을 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성복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신용정보법 개정안 등은 금융산업에서 선순환적인 빅데이터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한 초석을 마련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안신용평가 서비스를 제공 중인 크레파스 김민정 대표는 “정보보호 문제는 그 데이터를 활용하는 기업의 이슈이지, 이를 법으로 막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개인정보를 보호하지 않는 기업은 시장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조규민 금융보안원 금융데이터전략부장은 “빅데이터 산업에 있어 정보보안도 분명 중요한 부분”이라며 “핀테크 업체가 보안 수준을 지키기 힘들 경우 기존 금융사와 협업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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