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르고 편리하게” 현지금융 바꾸는 한국금융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4월 1일 03시 00분


[아세안 실크로드]2주 걸리던 車할부 3일에 OK
디지털 뱅킹 기술 잇따라 선보여… 현지 관련 법령 새로 만들기도

“예전에 캄보디아에서 자동차 할부 금융으로 차 한 대 사려면 1, 2주 정도 걸렸어요. 지금 KB대한특수은행에선 2, 3일이면 됩니다.”

KB국민카드가 지난해 9월 캄보디아에 설립한 KB대한특수은행 공상연 법인장에게 회사의 경쟁력이 뭐냐고 물으니 “일을 ‘빨리빨리’ 처리하는 것”이라고 했다. 최근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을 중심으로 ‘마이카’ 열풍이 불면서 차를 할부로 사려는 수요가 크게 늘었다. 하지만 현지 금융사들의 느린 대출 심사 탓에 소비자들은 속이 터질 지경. 공 법인장은 “긴급한 대출 요청을 당일 처리해 준 적도 있다”며 “현지에서 우리를 인정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한국 금융사들이 아세안에 진출하면서 현지 금융 환경을 개선하는 ‘메기’ 역할을 하고 있다. 빠르고 편리한 금융 서비스를 소개하는 것을 넘어 때로는 현지 금융 관련 법령을 개선하는 데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한국 금융사들은 지점 방문에 익숙한 소비자들에게 모바일뱅킹 등 비대면 금융 서비스를 선보였다. 신한인도네시아은행은 지점 방문 없이 입출금 계좌 개설, 신용카드 신청 등을 할 수 있는 서비스를 시범 운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점포 수가 60여 개인 신한인도네시아은행이 수천 개의 점포를 가진 현지 은행들과 경쟁할 채비를 갖추고 있다. 모바일 이용자가 크게 늘어남에 따라 디지털 서비스로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KEB하나은행 인도네시아 법인은 현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가운데 사용자 수가 가장 많은 네이버 자회사 라인파이낸셜아시아와 손잡고 인터넷은행을 선보일 예정이다. 한국에서는 널리 사용되고 있는 간편 인증 등 다양한 디지털 뱅킹 기술을 활용해 현지 이용자들을 사로잡겠다는 구상이다.

한국 금융사들의 진출을 계기로 아세안 각국에 새로운 금융제도가 생기기도 한다. 신한베트남은행은 2017년 ‘ANZ베트남’ 소매금융 부문을 인수할 당시 베트남 금융당국이 은행 인수합병(M&A) 제도를 만드는 데 조언자 역할을 하기도 했다. 당시 베트남에는 외국계 은행의 M&A가 흔치 않아 현지 당국도 관련 제도를 완비해 놓지 못했기 때문이다. 김휘진 신한베트남은행 본부장은 “한국 당국자까지 초청해 M&A 제도를 설명해준 덕분에 인수도 성공했고 관련 법령도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SGI서울보증은 2014년 베트남에 진출할 때 당시 베트남에는 없었던 보증보험을 소개해 제도화하는 데 기여했다.

양곤·프놈펜=이건혁 gun@donga.com / 호찌민·프놈펜=최혜령 기자
#캄보디아#kb국민카드#금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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