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경기 연천군 통영리 연천BIX(은통일반산업단지) 부지 조성공사 현장 사무실에서는 드문 광경이 연출됐다. 공사현장 사무실에서는 보통 공사기간 단축이나 공사비 보전방안 등을 논의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공사를 발주한 경기도시공사와 협력사가 근로자를 위해 이른바 공기쉼터(미세먼지 프리존)를 어떻게 설치할지 고민했다.
최근 산업현장이나 공사현장에서 안전사고가 잇달아 발생하면서 사고예방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발주한 공사현장에서 5년 연속 중대 재해사고(사망자 발생)가 없는 경기도시공사의 안전관리경영이 주목받고 있다. 경기도시공사는 최고 수준의 안전 보건 품질을 유지하는 안전보건경영시스템(KOSHA18001)을 구축하고 안전지킴이, 실무안전협의체 등을 통해 ‘안전 DNA’를 사내에 심으려 애쓰고 있다.
경기도시공사는 올해 총면적 2900만 m²(약 877만 평) 터에 1조2124억 원을 투입해 임대아파트 1만5405호를 건설하고 택지를 개발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서는 안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올 2월 취임한 이헌욱 경기도시공사 사장도 마찬가지다.
이 사장은 안전을 경영의 최우선 가치로 두고 전 직원 앞에서 “올해는 건설현장에서 중대 재해사고뿐 아니라 무재해사고를 달성하기 위해 전사(全社)적으로 대응하자”고 당부했다. 지난해 기준 5년 연속 중대 재해 무사고인 경기도시공사를 아예 재해가 발생하지 않는 공기업으로 만들자는 뜻이다.
경기도시공사는 안전문제를 비용이 아닌 투자 개념으로 받아들여 안전 관련 시스템을 더욱 견고하게 구축하기로 했다.
우선 2012년 지방공기업 최초로 받은 KOSHA18001 인증을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KOSHA18001은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이 재해예방 활동을 향상시키기 위해 운영하는 인증시스템으로 국내에서 가장 까다로운 심사를 거친다는 평가를 받는다.
경기도시공사는 KOSHA18001 인증을 받은 뒤 협력업체 근로자까지 참여시켜 각 공사현장에서 2주에 한 번 위험성 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현장에서 작업할 때 닥칠 수 있는 위험과 어려움을 소통으로 해결하기 위한 것이다.
최근 화성시 동탄의 공사현장에서 2층 통로의 안전발판 볼트가 느슨해졌다고 근로자가 지적하자 바로 시정한 것이 좋은 사례다. 현장 근로자가 아니면 파악할 수 없는 문제점을 현장 사무실과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
경기도시공사는 안전관리 전문가를 사업비 50억 원 미만의 소규모 현장에 상주시키는 안전지킴이제도를 운영할 계획이다. 이들 현장 근로자에게 안전교육을 하고 현장의 안전 관련 서류 및 실제 안전을 점검한다. 성남하대원 행복주택, 하남덕풍 행복주택, 화성 동탄초등학교 등 공사현장 10곳이 계획돼 있다.
모든 현장의 안전담당자, 현장소장, 감리단장 등이 참여하는 실무안전협의체를 운영해 국토교통부와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벌이는 안전교육 내용을 전파하고 안전관리를 잘한 사례를 공유하기로 했다. 또 재난에 대응하는 능력을 높이기 위해 재난안전대책본부를 구성하고 각 시군 경찰서, 소방서와 협의해 모의 대응훈련도 실시하기로 했다.
이 사장은 “사람 중심, 생명 존중, 가족 행복을 위해 안전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모든 현장에 퍼질 수 있도록 철저하게 관리해 재해 없는 일터를 만들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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