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시장 안정을 위해 마련된 ‘대토보상제’가 제도적 허점을 악용하는 사례로 몸살을 앓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대토보상제는 신도시나 택지지구 등 정부가 벌이는 공공택지에서 땅을 수용당한 토지주들에게만 현금 보상 대신 새 개발지 땅을 지급하는 제도다.
그러나 시행사들이 토지주들의 대토보상 토지를 확보하기 위해 이 시장에 뛰어들면서 편법이 판치는 투기판으로 변질되고 있는 모양새다.
실제로 경기도 고양장항지구, 서울 강남수서지구 등에서 토지보상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장항지구의 경우 LH가 예측한 대토보상은 2000억 원 선이었으나 실제 3000억 원을 웃도는 대토신청이 접수됐다. 결국 한도를 초과하는 1000억 원만큼의 대토신청이 추첨에서 떨어졌다. 수서지구에서는 전체 토지보상금 대비 80%에 이르는 대토신청이 몰렸다. 현금보상 보다 땅으로 받겠다는 원주민이 훨씬 많은 것이다.
전문가들은 일부 시행사들이 토지보상지주에게 정부 현금보상가보다 높은 110~120%의 조건을 내걸고 땅을 확보해 대토보상 요구가 많아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수서지구에서 토지확보에 나선 W시행사는 원주민들에게 초기 10~20%의 현금을 더 주겠다며 대토보상을 제시했다. M시행사 역시 장항지구에서 대토보상설명회를 열고 LH보다 15% 높은 금액을 불러 주민들을 설득한 것으로 확인됐다.
토지보상법 63조3항은 ‘대토보상권리(채권) 전매가 제한되고 위반시 대토채권은 현금으로 전환되며 용지를 공급받지 못한다’고 명시 돼있다. 또 LH의 대토보상 시행지침 제18조에 ‘토지소유자가 대토로 보상받기로 결정된 권리는 대토보상계약 체결일부터 대토에 대한 소유권 이전등기를 완료할 때까지 전매(매매, 증여 등)할 수 없으며 이를 위반하면 공사는 대토보상금액을 현금으로 보상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시행사들은 매매가 아닌 신탁으로 위장하는 편법 양도행위로 법적 규제를 피해 토지를 확보하는 중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국토교통부와 LH(한국토지주택공사)는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단속을 통한 부정행위 적발도 전무했다.
이 때문에 현장에서는 시행사들이 각종 현수막을 내걸고 현금보상보다 높은 110~120%의 대토보상 권리를 사들이고 있다. 대토보상을 신청한 원주민은 시행사가 제시한 현금을 선지급받고 토지사용권을 넘기기 때문에 재정착할 수 없게 된다. 재정착률을 높이겠다는 정부의 보상취지가 무색해지는 셈이다.
또 다른 부작용은 정부가 예상했던 것보다 시중에 현금이 많이 풀려 주변 투기나 시장의 문제점이 발생되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결국 보상금보다 더 많은 돈이 시중에 풀리게 돼 인근지역 지가 상승을 막으려는 정부의 의도에서 벗어나는 결과”라며 “최근들어 3기신도시 예정지인 과천 등지에서도 이런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럴 경우 개발주체인 정부의 택지개발지구의 수익성도 현저히 낮아지게 되는 것이 현실이다. 대토보상이 많아지면 지분보유자가 늘어나 LH가 최고가 입찰로 더 비싸게 팔 땅이 그만큼 줄어들기 때문이다.
2008년부터 본격 시행된 대토보상제는 초기엔 신청자가 적었지만 최근 들어 높은 입찰가에도 치열한 경쟁으로 인해 토지를 확보하기 힘들고, 확실하게 토지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현금보상보다 더 많은 액수로 대토보상채권을 확보하려는 시행사들이 경쟁적으로 뛰어들면서 원주민 대토보상 비율이 급격히 오르고 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국토부나 LH는 기존 진행됐던 수서, 고양 장항 택지개발지구의 문제점을 신속한 조사 및 현금전환 이나 세금의 과세 등을 통해 바로잡아야 한다”며 “원주민들만이 가진 혜택을 바르게 진행될 수 있게 올바른 대토보상제도 확립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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