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저하고(上低下高·수익이 상반기에는 낮고 하반기로 갈수록 높아지는 것)’
요즘 삼성전자 임직원들이 주문 외우듯 되새기는 말이다. 5일 삼성전자가 예고된 대로 ‘어닝 쇼크’ 수준의 1분기(1~3월) 잠정실적을 발표한 가운데, 하반기에는 상반기보다 나은 성적을 기대하는 심정에서다.
이날 삼성전자는 매출 52조 원, 영업이익 6조2000억 원을 벌었다고 공시했다. 지난달 회사 설립 이후 처음으로 실적 전망치를 낮추기 위한 자율공시를 낸 이후 하향 조정된 증권가 전망치와 들어맞는 수준이다.
실제 매출은 전 분기(59조2700억 원)보다 12.3%, 지난해 동기(60조5600억 원)보다 14.1% 줄었다. 영업이익은 전 분기(10조8000억 원)보다 42.6% 줄어들었고, 1년 전의 15조6400억 원과 비교하면 60.4%나 급감했다. 영업이익은 2016년 3분기에 기록한 5조2000억 원 이후 10분기 만에 최저치였다. 삼성전자의 분기 영업이익이 10조 원 아래로 떨어진 것은 2017년 1분기(9조9000억 원) 이후 처음이다.
사업부문별 성적표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반도체 부문은 4조 원 이하의 영업이익을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글로벌 초호황이 이어지던 지난해 3분기 기록한 역대 최고치 13조6500억 원과 비교하면 4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다. 디스플레이 부문도 액정표시장치(LCD) 가격 급락에 더해 애플 등 주요 고객사 수요가 줄면서 2016년 1분기 이후 3년 만에 적자를 기록했다. IT·모바일(IM) 부문은 ‘갤럭시S10’ 출시 초기 마케팅 비용이 많이 소요되기 때문에 2분기나 돼야 본격적인 성과가 집계될 것으로 보인다.
2분기에도 삼성전자 실적은 크게 나아질 호재가 없다는 게 전자업계 해석이다. 1분기보다는 조금 낫겠지만 이전 같은 실적 추이를 이어가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2분기에도 약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이고 3분기 초까지도 수요가 살아날 지는 미지수”라며 “다만 5세대(5G) 통신 상용화 등으로 메모리 수요가 많아지면 하반기부터는 수요가 살아나고 가격이 안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업계에서 예상하는 반도체 시장의 회복 시점이 점점 미뤄지고 있다”며 “3분기 초반보다는 후반 들어 차차 나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디스플레이는 2분기부터 중국 스마트폰 업체로부터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주문량이 늘고 있어 차차 적자폭을 좁혀 나갈 것으로 전망됐다.
한편 이날 LG전자는 역대 1분기 중 두 번째로 많은 매출액을 올렸다고 공시했다. 매출은 14조9159억 원, 영업이익은 8996억 원이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4%, 18.8% 줄었지만, 증권가 전망치 평균(영업이익 8000억 원)을 상회하며 ‘선방’했다. 직전 분기 대비로는 매출은 5.4% 줄고 영업이익은 1088.4% 늘었다.
이번에도 전체 실적은 생활가전 사업이 견인했다. 홈 어플라이언스 앤 에어솔루션(H&A) 사업본부의 1분기 매출은 사상 처음으로 5조 원을 넘어서고, 처음으로 분기 영업이익 6000억 원을 돌파한 것으로 보인다. 통상 1분기는 전통적인 비수기로 꼽히지만, 공기청정기와 의류관리기, 건조기 등 미세먼지 관련 ‘신(新)가전’ 시장이 급성장했기 때문이다.
H&A사업본부는 7년 연속 실적 상승세를 유지하면서 국내 가전업계 처음으로 연 매출 20조 원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TV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스마트폰 시장 성숙화로 전체 영업이익은 다소 줄었다. 스마트폰 사업은 16개 분기 연속 적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지현기자 jhk85@donga.com
허동준기자 hung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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