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고 작은 건물이지만 조양호 회장이 수차례 방문할 정도로 애착을 가졌던 곳이다. 세상을 떠나셨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고 너무나 허망하다.”
8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 위치한 대한항공 LA사무소에서 만난 건물관리인 성모씨(66)는 고개를 떨군 채 “처음에 조 회장의 별세 소식을 뉴스로 접하고 믿기지 않았다”고 말했다.
LA 맥아더공원에서 윌셔대로 방면으로 도보로 5분만 걸어가면 주황빛의 4층짜리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건물 옥상에 대형 표지판으로 ‘대한항공(KOREAN AIR)’라고 안내돼 있는 이곳은 대한항공이 과거부터 사용해 온 LA사무소다.
현재는 LA 도심의 73층, 335m 높이로 2017년 문을 연 ‘윌셔그랜드센터’에 새로운 사무소가 차려지며 임직원 100여명이 자리를 옮겼지만 아직까지 LA를 방문하는 관광객과 교민을 상대로 티켓팅 등의 영업을 담당하는 구(舊) 사무소로 활용되고 있다.
기자가 LA사무소를 방문한 때는 현지 시간 오후 6시로 직원들은 30분 전에 퇴근한 상태였다. 한국의 서울 강서구 본사에서는 조 회장을 기리기 위해 사옥 앞 ‘대한항공기’를 조기로 내걸기도 했지만 LA사무소에선 별 다른 애도의 의미를 담은 안내문이나 표시 등은 찾아볼 수 없었다.
건물 1층에서 만난 LA 교민 성모씨는 “처음에 뉴스로 접하고선 직원들이 다소 동요하는 모습이었지만 현재는 차분하게 담당 업무를 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성씨는 미국으로 건너온 지 올해로 25년이 됐다고 했다. 그는 대한항공 LA사무소에서 건물관리인 겸 보안요원으로 10년간 근무했다고 설명했다. 성씨는 자신이 근무하는 기간 동안 조 회장을 수차례 만났다고 한다.
조 회장의 별세 소식을 접한 뒤 심정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성씨는 고개를 떨군 채 한동안 말이 없었다. 그러더니 마른입을 연신 닦으며 “참으로 허망하고 안타깝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낡고 오래된 건물이지만 이 LA사무소를 조 회장이 직접 둘러보고 장소를 점찍어 구입할 정도로 애착이 컸다”며 “윌셔그랜드센터가 오픈하기 전까진 현장에 근무하는 직원들과 만나 애로사항을 들으며 소통하곤 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조 회장은 미국에서 델타항공과의 조인트벤처를 통해 미주 노선 확대를 꾀할 정도로 사업 안목이 탁월했으며 현지에서의 비즈니스 협력에 큰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도 조 회장이 LA를 비롯해 미주 사업 확대에 애정을 보였던 점을 감안해 현지에서의 해외 분향소도 마련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윌셔대로의 구 LA사무소와 도심의 윌셔그랜드호텔 중 어느 곳에 분향소를 차릴지는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국내 장례절차가 시작되면 해외 지역본부에서도 분향소를 함께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한항공은 최근 조 회장 운구에 필요한 단위탑재용기(ULD)를 실은 여객기를 조만간 LA 국제공항으로 보낼 계획인 것으로 전해진다. ULD는 항공운송에만 사용되는 항공화물용 컨테이너다. 미국에서 시신을 국내로 운구하는 데 필요한 행정절차 등을 감안하면 1주일 안팎의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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