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해 약속한 강남북 균형 발전 약속 이행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강남에 자리한 공공기관을 이전하겠다고 언급한 지 8개월이 지났으나 구체적인 방안이 나오지 않고 있어서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박 시장은 지난해 8월 강남에 자리 잡은 산하기관을 이전하겠다고 약속했다. 대상은 서울주택도시공사(SH)·서울연구원·서울시인재개발원이다.
그는 지난해 3선 당선과 함께 폭염 속에서 삼양동 옥탑방 한달살이를 진행했다. 이후 강남북 균형 발전을 목표로 산하기관 이전뿐만 아니라 빈집 매입과 강북순환 경전철을 약속했다. 서울시는 지난해까지 이전 산하기관을 확정해 공개하기로 했다.
업계 안팎에선 서울시가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한다. 서울 집값을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공기관이 이전하는 지역에선 배후수요로 상권과 집값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
최근 강남권 일대 재건축 인허가가 늦어지는 것도 서울시가 집값 상승을 우려하고 있어 보수적으로 보고 있다는 시각이 강하다. 이달 진희선 행정2부시장은 “서울 집값이 9·13 대책 이후 내리막을 걷고 있는 것은 맞는다고 판단한다”면서도 “최고점과 비교해 떨어진 것으로 좀 더 하락해야 할 것”이라고도 했다.
산하기관 노조 반발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지난해 SH 노조는 서울시의 본사 이전 계획을 두고 “일방적이고 무리한 사옥 이전 추진은 결단코 용납할 수 없다”며 “조합은 강력하게 투쟁할 것”이라고 성명서를 냈다.
이전 결정 이후에도 절차가 복잡해 수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박 시장 재임기간에 마무리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 이전을 결정한 산하기관은 부지 결정 이후 사옥 공사비를 마련해야 한다. 금전적 지원이 없다면 현재 사옥 매각으로 충당해야 한다.
반면 일부 지자체는 적극적으로 이전을 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 산하기관 한 관계자는 “A 지자체는 부지 제공 의사까지 표현할 정도로 적극적이다”며 “서울시가 빠른 결정을 내리기를 기다리는 눈치였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산하기관과 만나 의견을 조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전 기관과 시기에 대해선 구체적인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시 관계자는 “실무자와 논의는 꾸준하게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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