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 화장품’ 버젓이 국내 불법 유통…화장품 점주들 “관세당국은 뭐하나”

  • 뉴스1
  • 입력 2019년 4월 11일 10시 25분


온라인쇼핑몰·네이버밴드 등에서 불법 면세화장품 유통 의혹
관세청, 이달중 대책 발표…업계는 “미온책 대책” 지적

화장품 전문 쇼핑몰 A사의 홈페이지에서 정가의 50%넘게 할인한 가격에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위) 포털 사이트에서 A사의 이름을 검색하자 ‘너무 저렴하다’며 정품인지를 묻는 질문들을 볼 수 있다(아래) © 뉴스1
화장품 전문 쇼핑몰 A사의 홈페이지에서 정가의 50%넘게 할인한 가격에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위) 포털 사이트에서 A사의 이름을 검색하자 ‘너무 저렴하다’며 정품인지를 묻는 질문들을 볼 수 있다(아래) © 뉴스1
#.화장품 전문 인터넷 쇼핑몰 A사. 웬만한 화장품은 정가의 50% 할인한 가격에 판매 중이다. A사의 이름을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해보면 ‘A사 너무 저렴한데 정품이 맞나요?’라는 질문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화장품 가맹점주들은 A사에 대해 ‘면세 화장품 불법 유통’ 의혹을 제기한다. 실제로 화장품 가맹점주들이 입수한 사진에 따르면 A사의 물류창고는 ‘면세점 쇼핑백’에 담긴 제품이 가득 쌓여있다. 하지만 면세 화장품 불법 국내 유통 의혹에도 관세청은 ‘뒷짐’이다.

11일 전국화장품가맹점연합회(이하 화가연)는 “A사를 단속해달라고 관세청에 신고했지만 A사가 거부해 물류창고에 들어갈 수 없었다는 답만 들었다”고 밝혔다. 이어 “A사 이외에도 불법 유통 사례가 수천, 수만건이 있다”고 주장했다.

화장품 전문 인터넷 쇼핑몰 A사 물류창고에 면세점 쇼핑백에 든 제품이 쌓여있다. (화가연 제공) © 뉴스1
화장품 전문 인터넷 쇼핑몰 A사 물류창고에 면세점 쇼핑백에 든 제품이 쌓여있다. (화가연 제공) © 뉴스1
면세 화장품이 시중에 불법 유통되면서 국내 화장품 유통 질서를 어지럽히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지만 정작 관세청의 단속은 미비한 실정이다.

이니스프리, 더페이스샵, 아리따움, 토니모리, 네이처리퍼블릭 가맹점주들로 구성된 화가연은 면세점에서 싼값에 팔린 화장품이 국내에 유통돼 가맹점에 피해를 준다고 지적해왔다.

면세 화장품은 중국인 유학생 및 관광객을 모집해 화장품을 구매하게 한 뒤 이를 다시 매입하는 방식으로 유통된다. 이렇게 매입한 면세품은 화곡동 화장품 도매시장이나 명동 ‘깔세’(보증금 없이 1년치 월세를 한꺼번에 내는 임대차계약) 매장 등을 통해 국내에 유통된다는 게 화가연의 주장이다.

실제 네이버 밴드 ‘화장품 현물거래소’에 들어가보면 ‘인기 면세 상품 공급합니다’ ‘XX화장품 면세 상품 구합니다’ 등의 게시물을 쉽게 볼 수 있다. 한 게시글에는 모유한 면세품을 동영삭으로 찍어 첨부하기도 했다.

네이버 밴드 ‘화장품 현물거래소’에 면세 화장품을 사고 파는 게시물이 올라와 있다. (왼쪽) 한 게시물에는 특정 화장품 면세품을 판매한다며 보유한 면세품을 동영삭으로 찍어 첨부했다.(오른쪽) © 뉴스1
네이버 밴드 ‘화장품 현물거래소’에 면세 화장품을 사고 파는 게시물이 올라와 있다. (왼쪽) 한 게시물에는 특정 화장품 면세품을 판매한다며 보유한 면세품을 동영삭으로 찍어 첨부했다.(오른쪽) © 뉴스1
면세점 설치의 근거 조항이 되는 관세법 제196조 1항은 “보세판매장(면세점)에서는 외국으로 반출하거나 관세의 면제를 받을 수 있는 자가 사용하는 것을 조건으로 물품을 판매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하지만 면세 화장품이 해외로 나가지 않고 국내로 유출되는 것은 불법이다.

전혁구 화가연 회장은 “(면세 화장품 불법 유통에 따른) 온라인 가격 파괴가 매출 급감의 주원인”이라며 “관세청에 조사 요청을 했는데도 아무런 조치도 없었다. 관세 당국은 뭐 하는 곳인지 모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화가연은 관세청에 제조 과정에서부터 화장품 업체들이 용기나 포장에 면세전용이라고 인쇄 표기하고 ‘현장인도제’를 폐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현장인도제란 시내 면세점에서 구매한 면세품을 출국장이 아닌 현장에서 바로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화장품 가맹점주들의 단속 요청에 따라 관세청은 이달 중으로 ‘면세품 불법 유통 방지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관세청 관계자는 “다음주나 그다음 주에 면세품 불법 유통 방지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라면서 “내용은 지금 공개할 수 없다”고 함구했다.

업계에 따르면 관세청은 면세품 용기나 포장에 스티커나 도장으로 자율적으로 ‘면세전용’이라는 표시하도록 권고할 것으로 알려졌다.

면세품 현장인도제 폐지 등 화장품 가맹점주들이 요구 사항은 빠져있어 점주들은 ‘미온적 대책’이라며 비판한다. 전 회장은 “굉장히 미온적인 대책”이라며 “면세 표기제를 하라고 했더니 인쇄가 아니라 스티커, 스탬프로 하겠다고 한다. 스티커, 스탬프는 뗄 수 있는 게 아니냐”며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한편 면세 화장품 불법 유통 의혹에 대한 A사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연락을 취했지만 “담당자가 부재중이라 내용이 전달되지 못했다”고 답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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