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아시아나그룹은 채권단에 제출한 자구계획이 미흡 판정을 받자 “좀 더 긴밀히 협의해 나가겠다”고 11일 밝혔다.
채권단은 이날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 주재로 회의를 열고 “사재 출연 또는 유상증자 등 실질적 방안이 없다”며 자구안 수용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금호아시아나는 박삼구 전 회장 일가의 금호고속 지분을 전량 채권단에 담보로 맡기고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를 비롯한 그룹 자산을 매각하는 조건으로 5000억원을 신규 지원해달라는 자구계획을 전날 채권단에 제출했다.
자구계획 이행기간은 3년으로 잡았다. 3년 내 약속을 지키지 못하면 채권단이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아시아나항공을 팔아도 좋다는 단서를 달았다.
금호아시아나는 박 전 회장 일가가 보유 중인 지주사 금호고속의 지분 담보 제공은 경영정상화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을 경우 박세창 사장 등 모든 일가가 경영에서 물러나겠다는 입장인 만큼 채권단의 대승적인 판단을 호소했다.
경제계에서도 추가자금 지원을 놓고 기간산업 붕괴에 따른 산업·경제적 손실을 감안한 전략적인 판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주주와의 힘겨루기로 옛 한진해운이 문을 닫은 전례가 있는 만큼 금융 잣대로만 자금지원 여부를 가늠하다간 경영정상화의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한 관계자는 “옛 한진해운과 달리 아시아나항공의 수익 창출력 등 영업 자체에는 큰 문제가 없다”며 “세부 내용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자금지원 책임을 놓고 기 싸움을 벌이기보단 산업적 관점에서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박삼구 전 회장은 지난달 아시아나항공의 감사보고서 한정의견에 대한 책임을 지고 경영퇴진을 결정했다. 그룹 주력인 아시아나항공은 영업현금 창출력은 견고했으나 유동성 위기에 시달려왔다.
박 전 회장이 금호산업 인수를 위해 2015년 설립한 금호기업에 보유 중이던 금호터미널 지분을 매각하는 등 자금 지원에 동원된 뒤 재무 체력이 약화된 영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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