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계약 잔여물량, 줄서기 대신 ‘폭풍 클릭’ 청약
서울 첫 사전 무순위 청약에 1만4000여명 몰려
서울 인기 지역에서도 청약 부적격, 자금 마련 실패로 인해 미계약 물량이 속출하고 있다. 과거엔 이런 잔여 물량을 분양받기 위해 모델하우스 앞에 진을 치고 줄을 섰지만, 이젠 클릭 몇 번으로 청약이 가능해졌다.
13일 아파트투유 분양정보에 따르면 한양이 청량리역 재개발 지역에 짓는 ‘청량리역 한양수자인 192’ 아파트의 사전 무순위 청약에 총 1만4376명이 신청했다. 일반분양 물량(1129가구)의 약 13배에 달하는 인원이 몰린 것이다.
무순위 청약은 정당 계약을 마친 후 미계약 물량 발생 시, 이를 다시 팔기 위해 접수를 하는 제도다. 1·2 순위 청약 전에 하는 사전접수와 정당 계약 이후 진행하는 사후접수로 나뉜다. 미계약 발생시 무순위 접수자 중 추첨해 우선 계약권을 부여한다.
과거에는 잔여 물량 분양을 모델하우스 선착순 방문 방식으로 진행해 밤샘 줄서기, 대리 줄서기의 부작용을 낳았다. 정부는 이러한 과열을 막기 위해 지난 2월부터 잔여 물량 접수도 금융결제원의 아파트투유 홈페이지를 통해 받도록 했다.
최근 대출 규제로 청약에 당첨되더라도 포기하거나, 바뀐 청약제도로 부적격자가 속출하면서 미계약 물량이 증가하자 무순위 청약을 도입하는 사업장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효성중공업이 서대문구에서 분양한 ‘홍제역 해링턴 플레이스’는 419가구를 일반분양한 결과 41%인 174가구가 미계약됐다. 이 아파트는 앞서 2월 실시한 1순위 청약에서 평균 11.1대 1의 경쟁률로 전 주택형이 마감했으나, 계약 결과는 사뭇 달랐다.
시장에서는 대출 규제로 자금을 조달하지 못했거나, 다소 부담스러운 분양가 때문에 계약을 포기한 사람이 많은 것으로 보고 있다.
효성이 노원구에서 분양한 ‘태릉 해링턴 플레이스’ 역시 청약 부적격, 계약 포기자가 속출해 일반분양 물량(560가구)의 11%인 62가구가 미계약 물량으로 남았다.
무순위 청약은 미분양 물량을 대상으로 하므로, 청약통장이 없어도 만 19세 이상이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당연히 청약 가점이 낮아도 상관없다. 무순위 청약 후에도 1순위 청약에 참여할 수 있다. 다만 서울 등 규제지역에서는 해당 주택건설지역 또는 광역권(서울의 경우 수도권) 거주자여야 한다.
일각에서는 무순위 청약이 청약 자격은 갖추지 못했지만, 자급력을 가진 현금 부자들의 전유물이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최근 분양시장에선 청약 당첨자가 포기한 물량을 현금 부자들이 뛰어들어 사들이는 속칭 ‘줍줍’(주워 담는다는 의미) 현상이 나타나고 있어서다.
업계 관계자는 “현장 줄서기를 막기 위해 무순위 청약을 도입한 것이 대안이 될 수는 있으나, 근본적으론 바뀐 청약 제도를 적극적으로 홍보해 부적격 당첨자를 줄이고 착실하게 청약 가점을 쌓은 실수요자가 피해를 보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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