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으로 대표됐던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아시아나항공의 매각을 결정하면서 그룹 명칭 또한 15년 만에 바뀔 것으로 보인다.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지난 2004년 그룹의 명칭을 금호에서 금호아시아나로 변경한 바 있다.
15일 금호아시아나그룹에 따르면 이날 금호산업은 이사회를 열고 아시아나항공의 매각을 의결했다. 이에 따라 금호고속→금호산업→아시아나항공→아시아나IDT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는 큰 타격을 입게 됐다.
아시아나항공은 그룹 전체의 연간 매출 중 약 60%를 차지하는 주력 계열사였는데, 유동성 위기 속에서 채권단과 금융당국의 압박을 받아온 그룹은 결국 이 같은 결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금호아시아나그룹 입장에서도 아시아나항공 지분이 줄어들면 지배구조가 취약해지고, 사실상 그룹 해체 수순에 돌입할 수 있어 아시아나항공의 매각만은 피해왔다. 하지만 박 전 회장의 경영 일선 후퇴, 복귀 차단 등의 강수에도 불구하고 경영정상화를 위한 ‘진정성’을 끊임 없이 요구받으며, 결국 백기 투항하며 아시아나항공을 시장에 내놓게 됐다.
아시아나항공 매각 결정에 따라 그룹 측은 채권단으로부터 자금 지원을 받고, 남은 계열사들의 경영 정상화에 힘 쓸 것으로 점쳐진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고(故) 박인천 창업주가 지난 1946년 광주택시, 1948년 광주여객자동차(현재 금호고소)을 창업하며 역사가 시작됐다. 지난 1988년 아시아나항공을 취항했고 이후 건설, 항공, 육상운송, 레저, IT 사업부문 등 사업군을 거느린 그룹으로 성장했다. 특히 금호고속은 국내 고속버스 시장 점유율 1위, 아시아나항공은 세계적인 항공사로 성장했다.
그룹은 당초 창업주 2세들이 돌아가면서 경영권을 행사하는 형제상속을 실천했지만, 지난 2002년 취임한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무리한 사세 확장으로 잡음이 일기 시작했다.박 전 회장 취임 이후 그룹은 현재까지 대우건설, CJ대한통운, 금호타이어 등을 매각했으며 아시아나항공까지 내놓게 됐다.
앞서 그룹은 2006년 대우건설과 2008년 대한통운을 인수하며 몸집을 불렸다. 이 당시 그룹 자산 규모 26조원으로 재계 순위 7위에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를 넘기지 못하고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을 되팔고, 재무구조가 악화되며 2009년 그룹 경영권을 산업은행에 내주게 됐다.
이후 박삼구 전 회장은 2015년 지주사인 금호산업을 인수하며 그룹 정상화를 추진했다. 이 역시 금호타이어 인수 과정에서 자금 마련에 실패하며 꿈을 이루지 못했다. 여기에 올해 들어 아시아나항공의 감사보고서 한정 사태가 불거지며 재무 건전성 위기가 또 다시 부상했고, 핵심 계열사를 팔아서 그룹을 살리는 결과를 초래하게 됐다.
이에 따라 아시아나항공이 창사 31년 만에 그룹에서 떨어져 나가면 그룹의 명칭도 15년 만에 변경될 것으로 관측된다. 재계 관계자는 “감사보고서로 촉발된 아시아나항공 위기설이 재계 순위 30위권 내에 들었던 금호아시아나그룹 전반으로 확산되며 결국 그룹 규모도 크게 쪼그라들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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