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아시아나그룹이 핵심 계열사인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결정했다. 그룹 연간 매출의 60%를 담당하는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하면 금호그룹은 중견기업 수준으로 위상이 떨어지게 된다.
한 때 재계 서열 1위를 다투다 경영권 분쟁 및 자금난을 못 이겨 회사가 쪼개진 현대그룹과 비슷한 처지에 놓였다.
금호그룹은 15일 금호산업 이사회를 열고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결정했다. 아시아나항공 최대주주는 전체 지분의 33.47%를 보유한 금호산업이다.
금호그룹은 조만간 매각 주관사 선정 후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등 절차를 시작한다는 방침이다. 매각 방식은 구주매각과 제3자 배정 방식의 유상증자다.
세부 내용은 Δ자회사 별도 매각은 금지하되 인수자 요청 시 별도 협의 Δ구주에 대한 드래그얼롱(Drag-along:동반매각요청권) 권리와 아시아나항공 상표권 확보 등이다.
자회사 별도 매각 금지는 아시아나항공이 자회사로 둔 계열사들을 대상으로 한다. 아시아나항공은 아시아나IDT(76.2%), 아시아나에어포트(100%), 아시아나세이버(80%), 에어서울(100%), 에어부산(44.2%) 등을 계열사로 두고 있다.
별도매각 금지 조항에 인수자 요청 시 협의 단서를 단 것은 이들 계열사의 통매각을 염두에 둔 조치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금호산업은 아시아나항공 지분에 계열사들에 대한 경영권 프리미엄을 붙여 매각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매각가격은 조 단위를 훌쩍 뛰어넘을 것으로 보인다.
금호그룹이 아시아항공 매각으로 선회한 것은 국내 대기업들 상당수가 인수에 나설 것이라는 판단이 깔려있다는 분석이다.
유력후보군으로는 신세계와 제주항공을 소유한 애경그룹 등 유통업체가 거론된다. 유통기업이 항공사를 거느리면 물류망 확대는 물론 면세점 확보에도 유리해서다.
SK와 한화그룹 등도 언급된다. SK그룹은 금호타이어 매각 당시 인수 후보군으로 거론됐을 정도로 기업 M&A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에는 최규남 전 제주항공 대표를 부사장으로 영입하면서 항공업 진출을 준비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한화는 청주국제공항을 기반으로 운항을 준비한 저비용항공사(LCC) 에어로케이 투자에 나섰을 정도로 항공업에 관심이 높다는 후문이다. 항공업은 그룹 주력 중 하나인 방산사업과의 시너지효과를 기대할 있다는 점에서 인수후보군으로 거론된다.
아시아나항공이 M&A 매물로 나오면서 경제계 관계자들 이목도 집중되고 있다. 이날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한일관계 진단 전문가 긴급좌담회’에 참석한 허창수 GS그룹 회장(전경련 회장)은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관심 있느냐는 질문에 “돈만 있으면”이라고 답했다. 다만 인수자금이 없다는 말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거라 경제계가 아시아나항공 매각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 정도로 해석된다.
금호그룹은 “M&A 종결까지 아시아나항공은 한창수 현 대표이사가 경영한다”고 설명했다.
이 기간 동안 수익성 개선을 위한 비수익 기재 축소, 비수익 노선 정리, 인력 생산성 제고 방안을 병행한다.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완료되면 금호그룹 덩치도 쪼그라들게 된다. 한 때 80여개에 달하는 계열사를 거느렸던 현대그룹과 비슷한 처지다. 현대그룹은 지난 2000년 이른바 왕자의 난을 계기로 계열사들이 분리된 뒤 현재는 10여개의 계열사만을 거느린 중견그룹이 됐다.
한편 산업은행은 금호그룹이 제시한 수정 자구계획을 검토하고자 채권단 회의 개최 등 관련 절차를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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