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극자외선(EUV) 기반 7nm(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 초미세공정을 통한 반도체 양산을 시작했다. 시스템반도체의 주요 분야인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시장에서 후발주자인 삼성전자가 1위 대만 TSMC를 제치고 세계 최초로 양산에 성공한 것이다. 이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올해 초 천명한 ‘2030년 시스템반도체 1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핵심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6일 삼성전자는 파운드리사업부가 올해 초 EUV 공정을 적용한 7nm 반도체 제품 양산을 시작해 이달 중 첫 출하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가 설계한 갤럭시노트 10용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가 이 공정을 통한 첫 양산 제품으로 알려졌다. EUV 기술은 기존 불화아르곤(ArF) 기술보다 세밀한 반도체 회로를 구현할 수 있다. 또 7nm 공정은 기존 10nm 공정 대비 면적은 40% 줄이고 전력 효율은 50% 개선된다.
삼성전자는 이보다 더 나아간 초미세공정인 EUV 5nm 공정 개발에도 성공해 제품 설계에 곧 착수할 예정이다. 5nm는 7nm에 비해 면적은 25% 더 줄고 전력효율은 20% 더 향상된다. EUV 5nm 공정은 이미 시험생산을 눈앞에 두고 있는 TSMC가 한 걸음 앞서 있는 상황이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기술력의 진짜 승패는 양산 시점으로 갈린다”며 “공정 개발은 한발 늦은 삼성전자가 최초 양산을 위해 치열한 승부를 펼칠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전자는 현재 건설 중인 화성캠퍼스 EUV 전용 라인도 내년부터 본격 가동한다.
파운드리 사업 미세공정에 힘을 쏟는 이유는 2030년 시장 1위를 목표로 잡은 시스템반도체의 경쟁력 확보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시스템반도체 산업은 크게 파운드리와 설계전문(팹리스)으로 나뉘는데, 파운드리 시장은 TSMC가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며 독보적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TSMC는 애플, 엔비디아, 화웨이 등이 의뢰한 각종 시스템반도체를 위탁 생산하며 한 해 40조 원에 이르는 막대한 매출을 낸다. 삼성전자는 그 뒤를 쫓는 추격자 입장이다. 지난해 말까지 15% 안팎에 머물렀던 시장점유율은 올해 1분기 19.1%로 대폭 늘었지만 여전히 TSMC와는 격차가 크다.
그뿐만 아니라 대만의 크고 작은 팹리스 기업들이 세계 시장에서 미국(68%)에 이어 두 번째로 큰 16%의 점유율을 나타내는 것도 파운드리 산업이 발전한 덕이 크다. 삼성전자도 7nm에 이은 5nm 공정 개발 성공이 메모리반도체에 비해 취약한 국내 시스템반도체 생태계를 강화할 기회라고 보고 총력 지원에 나섰다. 우선 한 장의 웨이퍼에 여러 종류의 반도체 제품을 생산하는 ‘MPW(Multi Project Wafer) 서비스’를 5nm 공정까지 확대해 팹리스 기업들이 보다 편리하게 최첨단 반도체를 제작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또 공정설계키트(PDK), 자동화설계 툴(EDA) 등 5nm 공정 기반 제품 설계를 돕는 인프라도 제공한다.
배영창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부사장은 “EUV 기반 최첨단 공정은 성능과 지식재산권(IP) 등에서 다양한 강점을 가지고 있어 5G와 인공지능(AI), 전장 등에서 높은 수요가 예상된다”며 “국내 팹리스 업체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시스템반도체를 내놓는 데도 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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