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이 미래다]<6> ‘무공해 제조’로 가는 현대모비스
충주공장에 수소발전 시스템 구축… 생산 과정서 오염물질 배출 없어
전기차 니로-아이오닉 내장재에 야자열매 오일 추출물 등 활용
미생물서 추출 바이오 플라스틱은 땅에 묻혀도 토양오염 유발 안해
11일 충북 충주시 현대모비스 충주공장. 수소전기차(FCEV)의 핵심 부품인 수소연료전지 모듈을 생산하는 시설 입구는 철통 보안 속에 굳게 닫혀 있었다. 수소연료전지 모듈 생산에 직접 참여하는 직원만 별도의 출입증으로 정해진 시간에만 드나들 수 있었다. 2017년 8월 완공된 충주공장의 수소연료전지 모듈 생산 시설은 모비스의 전체 국내외 공장 중에서도 보안 절차가 가장 까다롭다. 세계 최고 수준으로 꼽히는 수소전기차의 핵심 기술을 철저히 지키기 위해서다.
이주권 모비스 충주공장장은 “내부 임직원들도 수소연료전지 모듈 생산 시설에 한 번쯤 들어가길 원하지만 기술 보안 때문에 막아 놓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철통 보안 속에서 현대차그룹은 충주공장 내 여유 부지(1만6600m²)에 수소연료전지 모듈 추가 생산을 위한 제2공장을 짓고 있다. 3000대인 수소연료전지 모듈 연간 생산 능력을 2022년까지 4만 대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그만큼 친환경 자동차 시장의 성장세는 가파르다. 지난해 국내 친환경차 판매량은 12만4979대로 사상 처음으로 10만 대를 넘어섰다. 국내 대표 완성차 업체인 현대·기아자동차도 2025년까지 글로벌 시장에서 친환경차 모델을 44개로 늘리고 167만 대를 판매하겠다는 전략을 수립했다.
현대차그룹의 부품 전문 제조사인 현대모비스는 단순히 친환경차 부품을 만드는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가 공정 과정에서 무공해 발전 시스템을 가동하고 친환경 소재를 활용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사업 기회를 만들고 있다. ‘친환경차는 생산 과정도 친환경적이어야 진짜 의미가 있다’는 발상에서 출발한 시도다.
○ 수소전기차 부품, 무공해 발전으로 생산
현대모비스 충주공장은 생산량이 늘어나자 고민이 생겼다. 공장이 커지고 생산량이 늘어날수록 더 많은 전력을 써야 하고, 전력을 많이 쓴다는 것 자체가 오염물질 배출을 의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친환경차를 생산하면서 오염물질을 내뿜는 상황이 모순적으로 여겨졌다.
그래서 개발한 것이 수소를 활용해 공장에 전력을 공급하는 비상발전 시스템이다. 모비스가 2월 충주공장에 적용한 이 시스템은 현대차의 수소전기차 ‘넥쏘’에 들어가는 수소연료전지 모듈 5개를 나란히 연결한 것으로 발전용량이 최대 450kW에 달한다. 수소연료전지를 통해 생산하는 전기는 현대모비스 충주공장 전체 전력 사용량의 7% 수준이다. 수소 비상 발전기는 공장이 정전되거나 전력 사용량이 일시적으로 증가할 때를 대비해 보조 전력으로 활용된다.
비상발전 시스템에 사용되는 연료로는 넥쏘 수소연료전지 모듈을 시험 작동한 뒤 남은 수소가 쓰인다. 안병기 모비스 전동화사업부장은 “수소 비상발전 시스템을 도입하기 전에는 경유를 사용하는 디젤엔진을 활용하면서 대기오염 물질도 발생했는데 새로운 비상발전 시스템은 사실상 무공해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소음도 일반 발전기와 비교해 낮은 편이다. 발전용량을 더 늘리려면 수소연료전지 모듈을 추가로 붙이면 된다.
수소연료전지를 구성하는 각 부품은 폭발 방지 설계가 됐으며 수소 누출 자동 감지와 외부 배기 시스템 등도 구축됐다. 모비스는 앞으로 충주공장 외에도 수소 발전 시스템을 국내외 다른 생산 설비에도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또 모비스는 열차와 선박, 건설기계, 드론 등에도 수소연료전지 모듈을 적용하는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이 공장장은 “차량용 수소연료전지 모듈을 공장 발전용으로 활용하는 데 성공한 만큼 여러 이동 수단에 친환경 발전 기술을 적용하는 게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 차량 인테리어, 사탕수수·야자열매 추출물로
친환경차 내부의 인테리어를 친환경 소재로 활용하기 위한 연구개발(R&D)도 이어지고 있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금속류를 제외한 나머지 소재는 주로 석유화학 제품을 원료로 쓰고 있다. 이 소재들은 자동차 폐차 시 보통 매립돼 토지 오염을 일으키는 주범으로 꼽힌다.
현대차가 2009년 국내 첫 양산형 친환경차인 액화석유가스(LPG) 엔진 기반의 아반떼 하이브리드를 내놓은 뒤 모비스는 본격적으로 친환경 소재 개발을 위한 R&D에 착수했다. 이후 2014년 출시된 기아차 쏘울 EV에 친환경 소재를 처음 적용했다. 오디오 패널에는 야자열매 씨앗 오일 추출물을, 운전대 가운데 모듈은 사탕수수 줄기 당분 물질을 써서 가죽처럼 구현한 것이다.
이어 기아차 니로 EV(에어백 보관 커버·운전대 가운데 모듈), 현대차 아이오닉 EV(오디오 패널)에도 각각 친환경 소재를 활용했다. 지난해 3월 출시된 넥쏘 역시 현대차와 모비스가 협업을 통해 차량 내장 대부분을 미생물에서 추출한 바이오 플라스틱·패브릭(직물)과 식물성 도료로 만들었다. 이런 소재는 땅에 묻혀도 토양 오염을 일으키지 않고 2, 3년이 지나면 세균에 의해 자연스럽게 사라진다는 게 모비스 측의 설명이다.
김미로 모비스 책임연구원은 “바이오 소재 관련 R&D가 꾸준하게 이어지고 있는 만큼 수년 내 석유화학 제품을 상당수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충주=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
▼진천에 가꾼 생태 미르숲… 年100만명 찾는 명소로▼
모비스, 100억 들여 무료공원 조성
현대모비스는 충북 진천군에서 직접 숲을 조성해 운영하고 있다. 충북 지역의 나들이 명소로 떠오른 ‘미르숲’이다.
진천에서 공장을 가동해온 모비스는 지역 사회에 공헌하고 주변 생태계를 되살릴 방안을 고민하다가 2012년 생산시설에서 약 12km 떨어진 지역에 숲을 조성하기로 결정했다. 모비스는 초평저수지를 둘러싼 108만 m² 규모의 황무지 같았던 공간에 나무와 꽃을 심고 산책길을 내 2015년 처음 미르숲을 개장했다. 2012년부터 2021년까지 총 100억 원을 투자하고 진천군, 환경부 산하 자연환경국민신탁과 함께 공동 운영하겠다고도 밝혔다.
미르숲 내부는 산림 치유, 동식물 관찰, 습지 체험 등 6개의 테마 공간으로 조성했다. 생태 공간은 4시간을 걸어야 모두 둘러볼 수 있는 코스다. 미르숲은 용의 순우리말인 미르와 숲의 합성어다. 숲 조성지를 둘러싼 초평저수지의 형태가 용을 닮았다는 데서 유래한 명칭이다.
모비스가 미르숲을 가꾸면서 생활하수와 민물낚시로 오염됐던 주변 하천과 초평저수지도 비교적 맑은 수질을 유지하고 있다는 게 자연환경국민신탁 측의 평가다. 황정진 자연환경국민신탁 미르숲 관리소장은 “지역 주민들이 나무와 꽃이 자라나면서 악취도 거의 사라졌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고 말했다.
모비스가 미르숲을 입장료도 받지 않고 운영하면서 지난해 방문객은 약 100만 명으로 추산된다. 사람들이 거의 찾지 않던 저수지 주변 지역을 외부 방문객과 외국인까지 찾는 명소로 탈바꿈시킨 셈이다.
봄(3∼5월)과 가을(9∼11월)에는 유명 가수를 초청하는 문화 공연과 가족 단위 방문객을 위한 다양한 체험 행사도 진행한다. 특히 문화 공연에는 평균 700명 이상의 방문객이 찾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미르숲 내부의 편의시설은 관리사무소와 문화 공연장, 화장실 등으로 최소화했다. 쓰레기 투척 등으로 생태 공간이 지저분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모비스는 2021년 이후에는 운영권을 진천군에 완전히 넘길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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