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지주에 이어 우리금융지주와 NH농협금융지주도 퇴직연금 수수료율 인하를 검토하고 있다.
신한금융발 퇴직연금 수수료 인하 경쟁에 불이 붙기 시작한 것이다. 앞서 신한금융은 오는 6월부터 계열사 단위의 퇴직연금 사업을 그룹 차원의 매트릭스 체제로 확대·개편한다고 발표했다. 개편안에는 손실이 난 기간에 수수료를 받지 않는 것을 포함한 퇴직연금 수수료율 인하 방안이 포함된다. 은행 중에선 신한은행의 퇴직연금 점유율이 지난해 기준 19.8%로 1위를 기록했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과 농협금융은 퇴직연금 수수료율 인하를 준비 중이다. 우리금융은 앞서 지난해 11월과 올해 2월 두차례 퇴직연금 수수료율을 낮췄는데, 추가 인하를 검토하고 있다. 구체적인 시기는 정해지지 않았으나 신한금융과 비슷한 6월 이후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특히 손실이 발생한 경우 수수료를 면제하는 방안도 함께 검토하고 있다. 우리은행의 지난해 DC형 원리금 비보장 수익률은 -4.85%였으며 올해 1분기에도 -1.37%에 그쳤다.
농협금융도 경쟁사를 의식해 수수료율 인하를 검토 중이다. 하지만 구체적인 시기나 인하폭 등에서는 말을 아꼈다.
KB금융지주는 수수료 인하 대신 수익률 제고와 서비스 개선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KB금융지주 관계자는 “수수료율 인하는 검토하고 있지 않으나 고객 만족도 향상을 위해 상품의 경쟁력 강화와 업무 프로세스 효율화 등 다양한 방안을 살피고 있다”고 말했다.
송홍선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리딩뱅크인 신한이 나서서 (수수료율을) 낮추면 경쟁사들도 비슷한 수준으로 따라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주요 지주사들의 수수료율 인하 검토는 지금껏 꾸준히 제기돼 온 낮은 퇴직연금 수익률 문제에서 비롯됐다. 통상 퇴직연금을 운용하는 금융사들은 상품당 약 0.5% 내외의 수수료를 가져가는데, 낮은 수익률에도 일정한 수수료를 가져간다는 지적이 늘 따라다녔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8일 발표한 ‘2018년도 퇴직연금 적립 및 운용현황 분석’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가 190조원에 달한 가운데 평균 수익률은 정기 예금금리의 절반 수준인 1.01%에 그쳤다. 지난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인 1.5%를 감안하면 실질 수익률이 대부분이 마이너스였던 셈이다. 예금 적금 등 저금리 원리금보장형 비중이 90%를 넘었고 주가 하락에 따라 실적배당형이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한 결과다. 금감원은 “낮은 수익률로 인해 연금가입자가 체감하는 퇴직연금 수수료 수준이 수익률 대비 다소 높은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수수료율 인하가 최선책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수수료 인하로 금융사 간 출혈 경쟁을 일으키는 것보다 당장 낮은 수익률 제고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송 연구위원은 “퇴직연금 수익률의 주요 항목인 금리가 낮기 때문에 수수료 인하에는 한계점이 있다”며 “궁극적으로 수수료 인하가 아닌 수익률 제고에 더 힘을 쏟아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퇴직연금 적립금 190조원 중 90.3%가 예금 적금 등 저금의 원리금보장형에 쏠려 있다는 것은 퇴직연금 수익률이 저조한 근본 배경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정부는 퇴직연금 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자동투자제도(디폴트옵션), 기금형 퇴직연금제도 도입 등 관련 제도 개선에 나서고 있다.
한편 신한금융이 퇴직연금 조직을 그룹 차원의 매트릭스 체제로 전면 개편하는 것에 대해 경쟁 금융지주사들은 이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KB금융·하나금융은 퇴직연금 사업 방향을 정하는 계열사간 별도의 협의체를 구성하고 있고 농협금융은 계열사별로 독립적으로 운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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