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보틀’은 한국에서도 ‘애플’이 될 수 있을까…“궁금하긴 해”

  • 뉴시스
  • 입력 2019년 4월 24일 09시 34분


'커피계 애플' 블루보틀 5월3일 국내 첫 오픈
오직 커피에 초점 맞춘 경영 방식으로 유명
커질대로 커진 한국 커피 시장 고급화 예상
매장 두 개 역부족, '핫한 카페' 불과 전망도

“성공할 수도 있고, 실패할 수도 있어요. 중요한 건 성패를 매출과 영업이익 등 수치로만 판단할 수는 없다는 겁니다. 커피를 바라보는 시각을 확장하는 것과 관련 있는 문제죠. 단순히 미국 커피 체인이 또 하나 들어왔다는 것과는 조금 달라요.”

‘블루 보틀’(Blue Bottle Coffee) 국내 1호점 개장(5월3일)이 열흘 앞으로 다가왔다. 업계는 예의주시 하고 있다. 국내에 이미 많은 커피 프랜차이즈 업체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또 다른 외국 업체가 추가된 게 아니냐고 말할 수도 있지만, 그게 ‘블루 보틀’이라면 얘기가 다르다는 것이다. 커피에 미친 클라리넷 연주자 제임스 프리먼(52·James Freeman)이 2000년 미국 샌프란시스코 시장에서 직접 커피를 내려 팔면서 시작된 이 커피 체인을 뉴욕타임스(NYT)는 “커피계 애플”이라고 불렀다. 그러면서 스타벅스를 두고는 “마이크로소프트”라고 했다.

“겨우 두 개 매장이잖아요. 당장에 현재 국내 커피 시장에 영향을 주지는 못 한다는 거죠.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고객 취향에 변화를 가져올 거라는 예상을 조심스럽게 해봅니다. ‘기존에 나와 있던 것들은 충분히 즐겼으니 이제는 다른 것, 새로운 것을 원한다’는 거예요. 일부 고객은 ‘블루 보틀’이 주도하는 ‘새로운 커피 트렌드’에 분명히 동참할 겁니다.”

국내 커피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국내 커피 시장 규모는 2017년 11조원(관세청·커피업계 기준)을 넘어섰다. 세계 7위 수준이다. 2008년엔 3조원 후반대였다. 또 다른 국내 커피 업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한다. “순식간에 커졌어요. 그 사이에 사람들이 커피에 관해 알 만큼 아는 시대가 됐죠. 이제는 ‘블루 보틀’이 가진 태도에 매료될 만한 시기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아요.”

◇타협은 없다, 오직 커피

‘블루 보틀’은 온전히 커피를 위한 장소다. 와이파이는 안 되고, 콘센트도 없다. 매장 넓이 대비 좌석 수도 적다. ‘카공족’이 발붙일 수 없는 장소다. 목표는 하나, 커피다. 로스팅한지 48시간이 안 된 원두만 사용한다. 주문을 받으면 바리스타들이 60g 커피를 일일이 갈아서 94도 물로 내린다. ‘최고의 커피, 완벽한 커피’가 그들의 목표다. 서울 강동구 성수동에 생기는 1호 한국 매장도 당연히 이렇게 운영될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그건 ‘블루 보틀’이 아니다.

2000년대 중반, 미국 역시 스타벅스가 득세하던 시기였다. 매번 익숙한 커피를 마셔오던 사람들이 ‘블루 보틀’의 ‘한 차원 높은’ 커피를 지나칠리 없었고, 곧 열광했다. 이에 스타벅스가 위기감을 느끼고 2014년 커피 고급화 일환인 ‘리저브 매장’을 내놨다는 건 업계 정설이다. 오직 직영점만 운영하며 창업자 프리먼이 일일이 바리스타 면접을 챙기고, 미국 외 국가에는 일본에만 매장을 냈다(2015년). 한국은 ‘블루 보틀’이 들어가는 두 번째 국가다. 한국도 현재 스타벅스가 대세다(2018년 매출 1조5000억원).

◇커피 양극화?

“신경쓰지 않는다.” ‘블루 보틀’에 대한 국내 대형 커피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답변이다. 사실이다. 커피 시장 1~3위(스타벅스·투썸·이디야)의 벽은 견고하다. 스타벅스는 대세이고, 투썸은 디저트에 강하며, 이디야는 저렴하다. “신경쓰지 않는다”는 말은 매출엔 큰 영향이 없다는 말로 봐야 한다. 그러나 ‘블루 보틀’은 다른 커피 회사의 매출이 빼앗아 오는 게 아니라 고객의 커피 취향을 천천히 바꿔놓을 수 있다.

이 변화를 한 커피 업체 관계자는 “커피 양극화”라고 설명한다. “더 좋은 커피를 원하는 사람들은 계속해서 더 나은 뭔가를 찾을 거예요. 현재는 극소수 커피 마니아만 커피를 파고들어가지만, ‘블루 보틀’은 커피 마니아를 확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죠. 그게 ‘블루 보틀’의 정체성이니까요. 커피 좋아하는 사람 정말 많잖아요. 더 좋은 게 있는데, 왜 마다하겠어요. 하지만 ‘블루 보틀’이 어찌되든지 말든지 관심 없는 사람들은 빠르고 저렴하게 먹을 수 있는 커피를 계속해서 원할 겁니다. 지금까지는 다 똑같은 커피 소비자였다면, 앞으로는 커피 소비자 층위가 나눠진다는 거예요.”

커피 업계 관계자들이 내놓은 대체로 비슷한 답변이 하나 더 있다. “저도 ‘블루 보틀’이 궁금하긴 해요.”

◇“맛이 아니라 예뻐서 좋아하는 건데요”

물론 ‘블루 보틀’을 회의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두 개 매장 정도로는 ‘커피 취향’ 운운할 수 없으며, 결국 인스타그램에 사진 한 장 올리기 위해 가는 힙(hip)한 공간에 그칠 거라는 주장이다. 다시 말해, 사람들은 맛이 아니라 가게가 예뻐서 줄을 선다는 의미다.

일본에서 ‘블루 보틀’을 가봤다는 한 커피 업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블루 보틀’은 도쿄 여행 때 젊은 관광객이 정말 많이 들르는 곳이죠. 가게가 예쁘잖아요. 오모테산도 매장 가면 한국인 정말 많아요. 커피 맛이 어떻다라는 얘기는 거의 들어본 적이 없어요. 중요한 건 사진이죠. 그게 나쁘다라는 게 아니라 ‘블루 보틀’은 한국에서도 ‘핫한 카페’ 정도가 될 거라는 겁니다.” 인스타그램에 한국어로 ‘블루보틀’이라는 단어로 해쉬태그 된 게시물만 14만여개다.

‘블루 보틀’의 상징인 푸른색 병 모양은 ‘예쁘다’라는 말이 나오게 한다. 일본에 있는 매장들의 외관이나 내부 장식 모두 현지 분위기에 맞춰진다. ‘블루 보틀 코리아’ 측은 앞서 성수동 1호점이나 삼청동에 들어설 2호점 또한 주변 환경과 어우러지는 내외관을 갖게 될 거라고 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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