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이 발표한 소비자물가가 4개월 연속 0%대 저물가 행진을 이어갔지만 소비자들은 여전히 물가가 높다고 느낀다.
이 때문에 국민들 사이에서 통계를 못 믿겠다는 소리까지 나온다. 통계상 물가와 소비자의 체감물가 간 차이는 일반적이지만 근본적 원인은 소비자의 구입품목과 시기, 상승심리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2일 통계청에 따르면 소비자의 체감 물가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크게 Δ품목 구입빈도 Δ상승에 민감한 심리 Δ물가상승과 지출액 증가의 혼동 등 3가지로 나뉜다.
특히 소비자는 본인이 자주 구매하는 상품의 가격이 올랐을 경우 물가가 오른다고 생각한다. 이를 이른바 ‘바스켓 효과’라고 부른다.
전체 물가가 아무리 낮다고 하더라도 내 장바구니에 담긴 품목의 가격이 오르면 이를 전체 물가상승으로 인식하게 되는 것이다.
구입빈도와 시기도 중요하다. 1년에 한 두번 구입하는 상품의 경우에는 과거와 비교해 비싸다고 느끼지 않지만 자주 구입하는 상품의 가격이 상승하게 되면 비록 지출금액이 적더라도 구입할 때마다 가격이 상승했다고 느끼게 된다. 보통 구입빈도가 높은 신선식품, 생활용품 등이 공식물가보다 체감물가에 큰 영향을 주는 것도 이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상추나 배추다. 전체 가계 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극히 미미하지만 폭등과 폭락을 반복할 때마다 소비자들은 큰 부담감을 갖는다.
체감물가 상승의 원인은 소비자 심리에서도 비롯된다. 통계상 소비자물가지수는 가격등락을 반영해 가격이 오르든 내리든 중립적이지만, 체감물가는 가격이 내리는 것보다는 오르는 것에 더 영향을 받는다. 사람들이 보통 심리적으로 가격이 오르는 것을 더 잘 인식하기 때문이다. 휘발유값이 내렸을 경우 소비자는 크게 느끼지 못하지만 가격이 오르게 되면 금새 부담을 느끼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자동차를 구입한 경우 자동차보험료와 기름값 증가를 물가상승으로 인식하거나 자녀 수 증가 또는 자녀 성장에 따른 식비, 의류비 등 생활비 증가를 물가가 오른 것으로 혼동할 수 있는 것이다.
연초부터 이어진 가공품과 외식물가 인상으로 소비자 체감도가 높아진 것도 이유 중에 하나다.
통계청이 이날 발표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6%에 불과했지만 가공식품과 외식 물가 상승률은 각각 2.0%로 3배나 높게 나타났다.
품목별로 보면 어묵의 경우 1년 전보다 9.8% 가격이 올랐으며 음료(9.3%), 생수(9.2%)도 9%대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어 우유 6.3%, 과자 5.7%, 빵 5.5%, 고추장 4.9%, 즉석식품 4.2%, 냉동식품 2.2%, 밀가루 2.0% 등 70개 가공식품 품목 중 50개 품목의 가격이 올랐다. 소비자가 물가가 올랐다고 느끼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외식품목의 경우 치킨이 7.2%나 가격이 올랐다. 이는 2009년 10월 치킨 물가 상승률 7.2% 이후 9년 6개월 만에 최고치다. 치킨은 지난해부터 가격이 올라 한 마리에 2만원대(배달비 포함)로 껑충 뛰면서 논란이 됐다.
치킨 뿐만이 아니다. 김밥 5.9%, 떡볶이 5.0%, 라면 4.3% 등 분식점 음식 가격도 일제히 올랐다. 대표 서민 음식인 자장면은 1년 전보다 4.0% 뛰었으며, 김치찌개 백반 가격도 3.6% 상승했다. 최근 가격인상 논란이 불거진 소주는 전년동월대비 1.2% 상승률을 기록했으며, 맥주는 2.4% 상승했다.
통계청 관계자는 “소비자들의 경우 자신이 자주 구입하는 품목 가격이 오르면 전체 물가가 올랐다고 느낄 수 있다. 이른바 바스켓 효과라고 하는데 실제 물가와 괴리가 생기는 것도 이 때문”이라며 “전체 물가를 놓고보면 저물가인 게 맞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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