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부동산 시장의 방향을 놓고 논쟁이 뜨겁다. 강세론자들은 올해 2월을 고비로 서울 등 핵심 지역 부동산 가격이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고 주장한다. 반대로 약세론자들은 아직 하락 흐름이 꺾이지 않았다고 맞선다. 누구의 주장이 맞을까.
미래를 전망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필자는 강세론에 조금 더 눈이 간다. 이런 판단을 내리는 이유에 대해 설명해 보려 한다.
한국 부동산 시장의 흐름을 좌우하는 가장 결정적인 요인은 뭘까. 사람마다 의견이 다르겠지만 신규 주택 건설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변수가 아닐까 생각한다. 금융시장의 구루로 칭송받는 워런 버핏의 이야기를 잠깐 인용해 보자. 버핏은 2017년 출간된 ‘워런 버핏 바이블’에서 이렇게 얘기했다.
“장기적으로 주택 수는 가구 수를 따라갈 수밖에 없다. 그러나 2008년 이전에는 가구 수보다 주택 수가 더 많아졌다. 그 결과 지나치게 커진 거품이 요란하게 터지면서 경제를 통째로 흔들어 놓았다. … 그러나 끔찍했던 수급 상황이 이제는 역전됐다. 지금은 주택 수보다 가구 수가 매일 더 증가하고 있다. … 현재 (미국 내) 주택 착공은 연 60만 건으로 가구 증가 수보다 훨씬 적다. 이제는 주택 구입이나 임차가 증가하면서 과거의 주택 공급 과잉 상태가 빠른 속도로 해소되고 있다.”
다시 말해 결혼이나 이주 등으로 인해 새로 주택을 구입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데 비해 10여 년의 주택 시장 불황기 동안 주택이 제대로 지어지지 않아 ‘신축 주택’에 대한 인기가 높아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는 것이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주택이 왕성하게 지어지면 2, 3년 터울을 두고 주택가격의 상승세가 꺾일 것이다. 반대로 주택가격의 하락 흐름이 지속되면 주택 착공도 급격히 줄어든다. 최근에는 주택 착공이 2년 넘게 줄고 있는 추세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1∼3월 주택 착공 실적은 1년 전 같은 기간에 비해 24.3%나 줄어드는 등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최근 5년 평균치보다 25.5% 적다.
주택 공급이 줄고 있는데 왜 지난해 말부터 주택 시장이 침체되기 시작했을까. 정부의 규제 정책 등 다양한 요인이 영향을 미쳤겠지만,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부각된 것을 무시할 수 없다. 지난해 말의 미국 주식시장 폭락 사태,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은 주택 매수자의 의지를 꺾어 놓기에 충분한 파괴력을 자랑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앞으로도 계속 수요가 억제될 것이냐고 묻는다면 ‘아니요’라는 답을 할 수밖에 없다. 먼저 미국의 1분기(1∼3월) 성장률이 3.2%를 기록하는 등 선진국 경기가 회복되고 있다. 한국의 수출이 선진국 소비에 의존하는 면이 많다는 점을 감안할 때 경기의 위축이 장기화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희망을 갖게 한다.
시장금리의 하락도 주택 수요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4월 말 기준,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1.715%를 기록해 정책금리(1.750%)를 크게 밑돌고 있다. 물론 한국은행이 금명간에 금리를 인하할 것 같지는 않지만, 시장금리의 하락은 그 자체만으로도 주택 수요를 자극하는 면이 있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당분간은 공급 부족과 경기에 대한 우려가 맞서는 소강 국면이 지속될지라도, 미국 등 선진국 수요 회복의 효과가 나타나는 하반기에는 반등 흐름이 나타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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