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증시 ‘기업공개’ 두 모습
美 리프트-핀터레스트 잇단 상장, 우버 9일 데뷔… 시총 105조원 예상
韓 증시부진-연기금 입김 우려… 쿠팡-토스 등 장외서 자금 조달
기업가치가 10억 달러를 넘는 스타트업을 뜻하는 ‘유니콘’으로 미국 증시가 뜨겁다. 올해 들어 리프트와 핀터레스트 등 초대형 유니콘 기업들이 잇달아 증시에 상장하며 그동안 미국 증시를 이끌어온 ‘FAANG(페이스북, 아마존, 애플, 넷플릭스, 구글)’에 이어 새로운 주도주 자리를 넘보고 있다.
반면 국내에서는 신규 상장 예정이던 기업들이 기업공개(IPO) 시점을 연기하는 등 시장이 전반적으로 침체기를 겪고 있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 상장한 회사는 4곳이다. 이 가운데 더블유게임즈는 코스닥에서 옮겨오는 이전 상장이어서 순수한 의미의 신규 상장으로 보기 어렵다. 우리금융지주는 우리은행 주식이 지주사로 전환되며 상장명이 바뀌었을 뿐이다. 실제 IPO로 상장한 기업은 현대오토에버와 드림텍 등 2곳뿐이다.
올 상반기(1∼6월) IPO 시장 최대어 중 하나인 바디프랜드는 경영 투명성 문제로 상장 계획을 접었다. 국내 첫 조 단위 공모 리츠(부동산투자회사) 상장으로 주목받았던 홈플러스 리츠는 청약 부진으로 공모를 철회했다. 올해 초엔 현대오일뱅크가 지분을 사우디아라비아 국영기업 아람코에 매각하면서 상장이 연기됐고, 연내 상장을 계획했던 교보생명은 재무적투자자(FI)와의 분쟁으로 인해 상장 가능성이 불투명해졌다.
최근 국내에서 대형 IPO가 보기 힘들어진 것은 증시 전반이 부진을 겪었기 때문이다. 이달 3일 기준 코스피는 지난해 말보다 7.61% 오르며 지난해 하락 폭을 일부 만회했지만 여전히 지난해 코스피 하락률(―17.69%)을 완전히 회복하지는 못했다. 여기에 미중 무역협상과 대북 리스크 등 대외 변수들이 여전히 한국 증시를 짓누르고 있다.
반면 미국에서는 대어들이 잇달아 증시에 데뷔하며 IPO 시장을 달구고 있다. 현재 가장 주목받는 곳은 차량공유 업체인 우버다. 이달 9일(현지 시간) 뉴욕 증시 상장을 앞둔 우버의 시가총액은 최대 900억 달러(약 105조3000억 원)로 추정돼 2012년 페이스북이 상장할 때 시총인 812억 달러(약 95조 원)를 뛰어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 밖에 사무실 공유업체인 위워크와 숙박공유 업체인 에어비앤비 등도 연내 상장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에서 유니콘 기업들이 IPO를 통해 벤처 생태계를 떠나 증시에 상장한 뒤 새로운 유니콘이 탄생하는 선순환이 일어나는 것에 반해 국내에서는 유니콘 기업의 IPO 사례가 없다. 국내에도 쿠팡이나 비바리퍼블리카(토스), 크래프톤(옛 블루홀), 우아한형제들(배달의 민족) 등의 유니콘이 등장했지만, 현재로선 IPO 계획이 없다. 이들 기업은 상장을 위해 무리하게 흑자 경영을 하기보다는 장외시장에서 벤처캐피털(VC)이나 사모펀드(PEF) 등을 통해 필요한 자금을 수혈받고 과감하게 투자해 사업을 키우겠다는 입장이다.
적자 기업이라도 성장성이 있다면 상장할 수 있도록 한 ‘테슬라 요건 상장’이 도입됐지만, 여전히 국내에서는 적자 기업 상장에 대한 불안감이 높다. 국민연금 등 대형 연기금과 외국인투자가 등에 휘둘리는 증시 환경도 유니콘들이 상장을 꺼리는 배경으로 꼽힌다. 임정욱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은 “최근 상장하는 미국 유니콘들이 10년씩 사업을 해 온 데 비해 국내 스타트업은 이제 시작인 만큼 상장에 앞서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몸을 만들어야 한다”며 “국내 거래소도 스타트업 상장에 더욱 친화적인 환경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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