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년간 29.1% 인상된 최저임금(올해 시급 8350원)으로 일부 업종에서 고용이 감소했다는 정부의 첫 공식 조사 결과가 나왔다.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미친 영향은 미미하다는 정부의 기존 입장을 뒤집은 것으로, ‘최저임금 속도 조절’이 가시화됐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이 조사 결과를 최저임금위원회에 전달할 예정이다.
고용노동부는 21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최저임금 현장 실태 파악’ 보고서를 공개했다. 정부 용역을 받은 한국고용노사관계학회가 지난해 11월부터 지난달까지 △도·소매업 17곳 △음식·숙박업 24곳 △중소 제조업 29곳 △자동차 부품 제조업 24곳 등 4개 업종별 사업장을 대상으로 집단심층면접(FGI)을 진행한 결과다.
조사 결과 도·소매업과 음식·숙박업에서는 대다수 조사 대상 기업이 종업원을 줄이거나 영업시간을 단축한 것으로 나타났다. 두 업종은 저임금 근로자 비중이 높다. 이 때문에 사업주들은 근로자를 내보내거나 근로시간을 줄여 최저임금 인상 충격에 대응한 것이다.
특히 조사에 응한 사업주들은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손님이 적은 시간대의 영업을 포기하거나 본인 또는 가족의 근로시간을 늘렸다고 답했다. 주휴수당(주 15시간 이상 일하는 근로자가 한 주를 개근했을 때 지급하는 하루치 수당) 부담을 피하기 위해 주 15시간 미만의 초단시간 근로자를 고용한 사례도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공단 내 중소 제조업과 자동차 부품 제조업은 고용 감소보다 근로시간 단축으로 최저임금 인상에 대응했다. 사람을 내보내면 숙련 근로자를 확보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번 보고서의 조사 책임자인 노용진 서울과학기술대 경영학과 교수는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 감소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중소기업에 부담이 집중돼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최저임금을 감당하지 못하고 폐업한 사업장이나 실직한 근로자 등이 이번 조사에서 제외된 점을 감안하면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미친 부정적 영향은 더 컸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이날 토론회에선 최저임금이 저소득층 임금을 높여 임금 격차를 완화하는 데 기여했다는 보고서도 함께 발표됐다. 하지만 임금을 받는 근로자만을 조사한 것이어서 개인이 아닌 가구의 소득 불평등이 완화됐는지는 이 보고서에 담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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