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사업자 눈치 보며 기득권 못 끊는 정부가 핀테크 걸림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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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5월 24일 18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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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사업자의 기득권을 못 끊는 정부가 핀테크의 가장 큰 걸림돌이다.”

글로벌금융학회와 한국금융연구원가 24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연 ‘최근 글로벌 경제환경 변화에 대한 대응과 정부 및 금융의 역할’ 학술대회에서 금융권과 학계 전문가들은 금융혁신의 한계를 이렇게 지적했다. 정부가 겉으로는 금융 분야의 혁신을 강조하지만 실제로는 혁신에 반발하는 기존 사업자들의 눈치를 보며 우유부단하게 대응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날 빈기범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택시와 카풀 문제에서 기존 규제와 기득권을 가진 사업자가 새로운 교통 서비스 시장 확대를 막듯, 금융에서도 정부가 기존 규제와 사업자를 의식해 핀테크 산업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기존 사업자들은 현재의 규제가 진입장벽이 돼 기득권을 누리고 있는데 정부가 이들을 지나치게 의식해 혁신 정책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최근 이재웅 쏘카 대표를 “이기적이고 무례하다”고 비판하며 택시업계를 옹호하는 듯한 발언을 한 최종구 금융위원장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정치권도 정부의 전향적 태도를 주문했다. 정성호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위원장은 “모든 혁신은 안정과는 조금 배치된다”며 “기득권을 파괴하지 않는 혁신은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급변하는 경제환경에 대응하려면 혁신을 서둘러야 한다고 했다. 오갑수 글로벌금융학회장은 “디지털 경제는 도전과 함께 큰 기회인데 안 되는 것 일부만 빼고 모든 것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네거티브 시스템 방식으로 규제를 혁신하는 것이 선결과제”라며 “개방적인 나라만이 경제강국으로 부상할 수 있다”고 했다.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급변하는 글로벌 경제환경에 민첩하게 대응하고 혁신과 도전을 가로막는 관행과 규제를 개선해야 한다”고 했다.

제도 개선에 대한 구체적인 주문도 나왔다. 정중호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소장은 “한국에는 아직 핀테크에 대한 법적 정의가 명확히 없다보니 규제를 받게 돼 투자가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번 학술대회에는 윤종원 청와대 경제수석,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김도진 IBK기업은행장, 이대훈 NH농협은행장 등 각계 인사 300여 명이 참석했다.

한편 이날 새로 부임한 손병두 금융위 부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혁신에만 너무 치중하면 소외되는 분들을 궁지로 몰아갈 수 있으므로 과하다 싶을 정도로 신경을 쓰지 않으면 무게 중심이 잡히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혁신의 승자들이 패자를 이끌고 함께 걸을 수 있길 바란다”고 한 최종구 위원장을 지원사격한 것이다.

남건우 기자 w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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