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과 일본, 홍콩, 대만 등과 달리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화웨이 제재에 대한 여파가 크지 않다. 국내 시장은 ‘외산폰 무덤’이라고 불릴 정도로 외국 스마트폰 비중이 미미한 국내 시장의 특성상 ‘화웨이 OUT’ 제재 여파도 제한적이라는 분석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화웨이 스마트폰은 국내 시장에서 점유율 측정이 어려울 정도로 판매량이 적다.
유럽 시장에서는 화웨이가 삼성전자에 이어 점유율 2위인 것과 크게 대조된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에 따르면 유럽에서 삼성전자가 점유율 31%로 1위지만 2위는 26%인 화웨이 차지다. 이어 애플이 21%로 3위다.
국내에서 화웨이 스마트폰은 지난 2014년 10월 LG유플러스를 통해 처음으로 소개됐다. 당시 판매됐던 모델은 ‘X3’로 ‘아너6’를 LG유플러스 전용으로 변환한 것이다. LG유플러스는 X3 이후 Y6, 넥서스 6P 등을 출시했다.
화웨이는 X3를 내놓은 이후 판매처를 KT로 확대하는 등 국내 시장에 공을 들였다. KT를 통해서는 그나마 인지도가 있는 ‘비와이폰’ 1~3까지를 출시했다.
하지만 흥행에 성공한 모델은 없다. LG유플러스와 KT의 관계자는 하나같이 “현재 판매는 하고 있지만 찾는 사람이 거의 없다”며 “판매 중단을 발표할 수준도 안 된다”고 말했다. 현재 KT와 LG유플러스는 온라인샵에서 각각 ‘비와이’ 1~3과 H폰을 판매하고 있다.
국내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가 과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스마트폰 시장점유율은 삼성전자가 60.3%로 1위, 애플이 16.7%로 2위, LG전자가 14.3%로 3위를 기록했다. 이들 세 회사의 합산 점유율은 91.3%에 달한다.
업계 관계자는 “나머지 8.7%도 외국에서 직접 사거나 직구한 삼성전자 등 스마트폰이 포함됐을 가능성이 크다”며 “사실상 외산 업체 한 곳의 점유율은 극히 낮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에 진출한 외국 스마트폰은 애플을 제외하고 블랙베리와 화웨이, 샤오미, 소니 정도다. 이 가운데 소니는 판매 부진 등의 영향으로 국내에서 사업을 철수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외산폰 무덤’이라는 징크스가 또 다시 재연되는 셈이다.
화웨이 판매량이 적다보니 구글이 90일 뒤 화웨이 스마트폰에 대한 안드로이드 업데이트와 유튜브, 지메일 등 서비스를 중단하겠다고 결정한 것에 대해서도 국내 이용자 피해는 극히 제한적일 전망이다.
국내와 달리 화웨이의 스마트폰 점유율이 상당한 국가에서는 이번 제재로 몸살을 앓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홍콩의 이동통신사 CSL은 화웨이 스마트폰의 재고를 소진하기 위해 최신 스마트폰 P30과 P30프로 모델의 가격을 50% 할인해 판매한다.
싱가포르와 필리핀 등 아시아권 국가에서는 화웨이 중고 스마트폰을 팔려는 사람이 넘쳐나고 있으나 사려는 사람은 전무한 실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만약 화웨이 점유율이 높아 구글 업데이트 등 서비스를 못받는다고 가정하면 불편이 상당할 수 있는 데 그렇지 않다보니 예상되는 피해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삼성전자와 LG전자가 5G 스마트폰을 출시하는 등 신제품도 계속 내놓고 있어 ‘외산폰의 무덤’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