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5·은마 급매물 팔리자 호가 올라 지난해 고점에 근접
“일반아파트는 하락, 보유세·입주물량 예고로 집값 반등 어려워”
서울 아파트 시장의 바로미터로 통하는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값이 상승세를 보이면서 관심을 끌고 있다. 일각에선 안정됐던 집값이 바닥을 찍고 반등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있지만, 재건축 외에 일반 아파트값이 하락세를 유지하고 있어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26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송파구 대표 재건축 아파트인 잠실주공 5단지 전용면적 76㎡ 주택형이 최근 18억2900만원에 팔렸다. 연초 급매물 가격에 비하면 최대 2억원가량 오른 값이다.
해당 주택형은 지난해 주택시장 과열기 때 최고가인 19억1000만원(9월)까지 거래됐었다. 그러나 이후 정부의 고강도 세금·대출 규제인 9·13 부동산대책 이후 하락세로 돌아서 올해 3월 16억원 초반으로 약 3억원가량 떨어졌다.
그러자 값을 낮춘 급매물을 중심으로 거래가 하나둘 이뤄지기 시작하면서 호가도 서서히 올랐다. 3월과 4월 16억~17억원대 급매물이 소진된 뒤 호가가 오르자 한동안 관망세가 지속되다 최근 들어 18억원 초반의 매물이 거래된 것이다. 현재 호가는 18억5000만원까지 올랐다. 지난해 최고 거래가인 19억1000만원과 얼마 차이가 안 나는 가격이다.
인근 강남구 재건축인 은마아파트도 마찬가지다. 전용 84㎡가 최근 18억2000만원에 거래된 것으로 신고됐다. 지난달 직전 신고가 17억7000만원보다 5000만원 오른 값이다.
이 아파트도 지난해 9월 20억5000만원까지 거래되다가 9·13 대책 이후 연일 하락해 올해 초 16억6000만원까지 떨어졌었다. 그러다 3월부터 16억~17억원대 급매물부터 풀리기 시작해 이달 들어 18억원대 매물이 거래되면서 호가는 19억원까지 올랐다.
두 단지 모두 강남권 아파트 시세의 ‘풍향계’로 불린다. 주택시장 악재와 호재에 민감하게 반응해 집값이 가장 먼저 움직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도 두 단지의 추이를 유심히 살피고 있지만 집값 상승세가 전방위적으로 확산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서울 아파트 시장 전반을 보면 상승세는 재건축 단지와 일부 지역에만 국한돼 있어서다. 대부분 지역은 하락세다.
부동산114 조사에서 서울 아파트값은 이번 주 0.01% 떨어져 27주 연속 하락했다. 재건축 아파트는 6주 연속 올랐지만, 일반 아파트가 25주째 하락해서다. 한국감정원 조사에서도 서울 아파트값은 0.03% 하락해 28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25개 자치구 중 2개 지역만 보합이고, 나머지 23개 지역이 하락했다.
부동산114 측은 “잠실 5단지, 은마 등 재건축 아파트값이 일부 오르면서 집값이 바닥을 친 것이 아니냐는 얘기들이 나오지만, 일반 아파트값이 계속 하락하고 있어 전반적인 시장의 반등으로 이어지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제 강동구 대단지 아파트인 고덕 래미안힐스테이트는 지난 한 주 간 주택형별로 2500만~4000만원이 떨어졌다. 오는 6월부터 인근에 대규모 입주가 진행되면서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관악구에선 봉천동 성현동아와 봉천우성이 1000만원가량 떨어졌고, 노원구에서도 매물이 적체되면서 중계동 경남아너스빌, 한화꿈에그린2차 등이 1000만~2500만원 추가 하락했다.
재건축 아파트의 경우 정부 규제 여파로 그동안 일반 아파트에 비해 가격 낙폭이 상대적으로 컸기 때문에 기회를 엿보던 자산가를 중심으로 급매물을 사들이면서 가격이 차츰 오른 것으로 보인다. 또 최근 다주택을 정리한 집주인들이 ‘똘똘한 한 채’로 갈아타기를 시도하면서 투자상품 성격이 강한 재건축을 구입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여경희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보유세 강화, 3기 신도시 발표 후 시장의 불확실성이 제거됐다고 판단한 일부 대기수요가 움직이는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정부가 일관된 규제 기조를 유지하는 데다 대내외 경제여건이 좋지 않아 서울 아파트 시장의 추세전환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리서치본부장도 “재건축도 최근 호가가 점점 오르면서 가격 부담이 커져 거래가 계속될지 의문”이라며 “오는 6월부터 주택 보유세 과세가 시작되고, 강동구를 중심으로 입주물량이 쏟아질 예정이어서 주택시장은 당분간 안정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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