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로테크(low-tech) 산업인 부동산이 혁신 산업으로 변신하고 있다. 부동산(Property)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인 ‘프롭테크(Proptech)’가 주인공이다. 빅데이터, 가상현실(VR), 인공지능, 모바일 등의 기술과 결합해 임대, 중개, 공간 공유, 인테리어 등의 분야에서 공간의 개념을 바꿔가고 있다. 해외에선 이미 프롭테크 분야에서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의 스타트업)까지 나타났다. 국내에서도 지난해 11월 ‘한국프롭테크포럼’이 출범하는 등 싹을 틔워가고 있다. 부동산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국내 프롭테크 스타트업을 시리즈로 소개한다.
최근 삼성전자는 세로형 TV ‘더 세로’를 홍보하기 위해 서울 강남구 신사동 옥림빌딩에 팝업스토어(한시 운영 매장)를 열었다. 밀레니얼 세대를 공략하기 위해 오픈한 이 공간은 가로수길을 찾는 젊은이라면 한번씩 들르는 명소가 됐다. 삼성전자에 앞서 2017년 르노삼성(자동차)을 시작으로 골든듀(주얼리) 니베아(화장품) 등이 브랜드 홍보를 위해 이곳에 팝업스토어를 열었다.
2년 전만 해도 이 빌딩은 부동산 불황을 피하지 못하고 몇 개월씩 비어 있던 곳이었다. 하지만 건물의 위치, 유동인구 특성을 빅데이터로 분석해 트렌드에 맞는 ‘반짝 인기 매장’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팝업스토어 공간 중개 서비스회사 ‘스위트스팟’이 부린 마술이다.
○ 빅데이터 활용해 팝업스토어 중개 시장 공략
스위트스팟은 자체 집계한 빅데이터를 활용해 전대업 형태로 건물주와 브랜드를 연결한다. 2015년 10월 서비스를 개시한 뒤 올해 월평균 150건 이상의 팝업스토어를 기획하고 있다. 지난달 기준 서울 내 350여 개 건물과 공간 협업 중이며 500여 개 브랜드와 제휴했다.
국내에선 아직 생소한 팝업스토어 시장은 이미 영국 미국 등 해외에선 큰 관심을 끌고 있는 분야다. 기존 리테일에 비해 매년 성장 속도가 두 배 이상 빠르다. 리테일 산업에서 온라인 비중이 커지는 상황에서 오프라인 매장은 유행의 흐름을 따라갈 수 있는 형태를 더 선호하기 때문이다.
브랜드사 입장에선 팝업스토어의 목적과 대상에 맞는 공간을 전략적으로 구하는 것이 숙제다. 스위트스팟은 고객사에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이유 있는’ 공간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들은 자체적으로 건물 출입구 등에 센서를 다는 등의 방법으로 유동인구 트래픽을 조사한다. 자사 카드 리더 사용, 현장 설문을 통해 2000여 곳의 공간 및 소비자 관련 데이터를 확보했다.
이를 바탕으로 방문객의 성별 연령별 비중, 브랜드 카테고리별 평균 매출, 방문 목적 등을 분석해 기업 제품 판매와 홍보에 적합한 공간을 골라준다. 덕분에 지난해 서울 서초구 강남파이낸스센터에 오픈했던 골프 브랜드 테일러메이드 팝업스토어는 첫날만 1억4000만 원, 매장이 운영된 사흘 동안 총 3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 건물주는 콘텐츠 고민 해결하고 브랜드는 리테일 효율 높여
성장 속도가 둔화되고 공실 문제가 표면으로 드러나기 시작하는 한국 부동산 시장에선 이 같은 팝업스토어에 대한 수요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건물주들은 유휴 공간이나 공실을 활용해 추가 수익을 창출할 수가 있다. 이 외에도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집객 효과를 얻을 수 있으며 다양한 브랜드를 한시적으로 테스트해 볼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스위트스팟은 현재 주얼리, 패션, 자동차, 가전 등 다분야의 브랜드에 팝업스토어 마케팅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팝업스토어의 가장 큰 장점은 효율성이다. 보통 일주일에서 한 달 사이 기간으로 운영되며 인기 있는 지역은 홍대입구역, 강남역, 가로수길 상권 등이다. 김정수 스위트스팟 대표는 “국내에서도 공간에 대한 트렌드와 콘텐츠에 관심이 늘고 분양 이후 공간 관리에 대한 고민도 증가하기 시작했다”면서 “팝업스토어는 시간이 지날수록 국내 부동산 시장에 더욱 필요한 서비스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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