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적인 말이 많던 게시판에 언젠가부터 ‘우리 아이가 쓰던 유모차, 자전거, 동화책 필요하신 분 가져다 쓰세요’ 같은 말이 올라오기 시작했어요. 자발적인 공동체 문화가 형성되는 모습을 보면 뿌듯하고 뭉클합니다.”
27일 서울 서초구의 사무실에서 만난 권해석 아파트너 대표(47)는 “처음 입주민 게시판을 열었을 땐 ‘이거 저거 좀 하지 말아 달라’ 지적하는 글이 많았는데 점차 부녀회 같은 오프라인 행사가 활성화되고 서로 칭찬하는 댓글이 달리며 분위기가 바뀌었다”며 이처럼 말했다.
그가 창업한 아파트너는 국민의 70%가 거주하는 공동주택에 맞는 온라인 소통 서비스를 제공한다. 애플리케이션 이름도 아파트너로 같다. 휴대전화를 통해 관리비 조회, 커뮤니티 시설 예약, 실시간 폐쇄회로(CC)TV 확인, 주민 전자투표 등이 가능하다. 권 대표는 “층간소음에 따른 갈등도 결국 소통의 부재 때문”이라며 “소통하는 ‘21세기형 아파트’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2017년 9월 서비스를 개시한 아파트너는 서울 경기 광주 등 전국에서 570여 개 단지, 54만여 채 아파트를 고객으로 확보하고 있다. 첫해엔 200여 개 단지에 그쳤으나 2년여 만에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직원은 21명.
아파트너가 생각하는 ‘21세기형 아파트’란 상대와 나, 조직, 인프라 전체가 기술로 소통할 수 있는 형태다. 권 대표는 “예약 기능을 통해 상대가 가능한 시간과 내가 가능한 시간을 간단히 조율할 수 있다”며 “예약 기능이 곧 커뮤니케이션이 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주민들은 이웃뿐 아니라 관리사무소, 건설사, 세탁이나 차량 관리 등 온·오프라인 연계(O2O) 업체와도 의견 교환을 위해 연결될 수 있다. 아파트너에 따르면 전체 사용자의 평균 접속 횟수가 하루 3회 이상이나 되는 등 호응이 좋다.
앞으로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행정 담당자도 지역 기반 소통 채널에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 성북구, 광주 광산구 등의 지자체에서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세종과 부산에 조성될 스마트시티 프로젝트에 파트너사로 참여할 예정이다. 미국 중국 등 스마트시티 개발에 관심이 많은 국가들로부터 문의를 받고 있다.
아파트너는 아파트 생활 플랫폼으로서의 영역을 입주 단계까지 확장하고 있다. 올해 초 9500채 이상 규모의 대단지인 서울 강동구 송파헬리오시티 입주 예약을 통해 가능성을 확인했다. 건설사는 인건비를 절약하고 입주 예정자들은 큰 혼란 없이 몇 번 터치만으로 입주 예약을 끝냈다.
분양이 끝나면 입주자로부터 피드백을 받기 어려운 건설사에 입주민 단지 이용 만족도에 대한 정보를 제공할 예정이다. 건설사는 이를 향후 아파트 단지 기획에 활용할 수 있다. 전세 계약기간 만료가 다가오는 입주자에겐 같은 단지 내 비슷한 조건의 매물이 나오면 알려주는 서비스도 기획 중이다.
입주민들에 대한 다양한 데이터가 자연스럽게 쌓이면 마케팅 컨설팅도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가 고급 TV를 출시한다면 어떤 아파트를 대상으로 집중 홍보할지 조언해 주는 식이다. 권 대표는 “아파트 생활편의 서비스는 한국이 가장 앞서 있다”며 “앞으로 기술이나 노하우를 중국 베트남 등 해외로 수출하는 방향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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