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장애인 의무고용 비율을 무조건 맞추겠다”고 공언했다. 28일 서울 광진구 그랜드워커힐호텔에서 열린 사회적 가치 축제 ‘소셜밸류커넥트(SOVAC) 2019’ 행사장에서다.
이날 행사에는 사회적 기업 관계자와 일반 기업 사회공헌 업무 담당자들, 학계 및 정·관계 인사를 비롯한 4000여 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오전 행사에서는 입양문화 확산에 힘쓰는 배우 차인표 씨와 청년을 위한 대안 신용평가 모델을 제시한 김민정 크레파스 대표, 지역 재생을 지원하는 삼진어묵 박용준 대표 등의 사례 발표에 이어 업계와 학계, 정부 인사들의 토론이 진행됐다.
토론 패널 중 한 명으로 나선 김정호 베어배터 대표는 “SK그룹은 사회적 가치에서 가장 선도적인 기업이지만 장애인 의무고용을 준수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내가 다녔던 삼성SDS, 네이버에선 10년 전에 달성한 기본 요건이다”라고 말했다. 4000여 명이 현장에서 지켜보는 가운데 SK의 장애인 고용 실태를 지적한 것이다. 베어배터는 네이버 창업자 출신인 김 대표가 발달장애인 고용을 위해 설립한 사회적 기업이다.
법규에 따르면 상시 50인 이상 근무하는 사업장의 장애인 의무고용 비율은 3.1%다. 대기업 대부분이 이를 준수하기보다 과태료를 낸다. 사회적 가치를 표방하는 SK그룹의 계열사들도 마찬가지다. 최 회장은 토론이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나 “SK그룹은 문제를 자발적으로 해결하는 문화가 있기 때문에 장애인 고용 문제도 스스로 풀어가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며 “김 대표가 왜 빨리 안 하느냐고 해서 당황했지만 맞는 말씀이다. 이제는 무조건 실행부터 하겠다”고 말했다.
‘패러다임 시프트: 사회적 가치 시대가 온다’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행사는 “사회적 가치와 관련한 다양한 행사를 한데 모으자”는 최 회장의 제안에서 시작됐다. 사회적 가치를 주제로 한 국내 첫 민간 축제다. SK그룹과 행사 사무국은 당초 참여 인원을 2000명으로 예상했지만 사전 등록만 5000명이 넘었다.
이 행사는 미국의 임팩트 투자 관련 연례 콘퍼런스인 ‘SOCAP’를 벤치마킹했다. 이형희 SK수펙스추구위원회 SV위원장은 “SOCAP는 자본시장 위주의 논의의 장이지만 SOVAC는 투자자와 사회적 기업뿐 아니라 학계와 정·관계, 대학생, 일반 시민까지 아우르는 행사”라고 설명했다. 오전 토론에 이어 오후에는 소규모 세션 20개가 각각 진행됐고, 사회적 기업의 제품을 직접 살펴보고 구매할 수 있는 전시부스 50여 개도 마련됐다.
행사 말미에는 최 회장이 제안해 4년째 실행 중인 ‘사회적 성과 인센티브’ 시상식이 열렸다. 사회적 기업이 창출한 사회적 가치를 금액으로 환산해 현금을 제공하는 지원 프로그램이다. 올해는 188개 사회적 기업이 456억 원의 사회적 가치를 창출해 87억 원의 인센티브를 받았다. 이번 행사를 포함해 4년간 총 235억 원의 인센티브가 지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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