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소수의견일 뿐” 금리인하 가능성 일축
‘상저하고’ 기존 전망 유지…4월 경상적자여도 “큰 의미 없어”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31일 기준금리를 연 1.75%로 동결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반도체 경기와 미중 무역분쟁 등 대외 여건을 지켜볼 필요가 있는 점, 물가상승률은 낮지만 점차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점, 가계부채를 포함한 금융안정 상황에 계속 유의할 필요한 있는 점을 고려해 현 수준 유지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금통위에서는 통화정책의 ‘깜빡이’로 여겨지는 소수의견이 나왔다. 조동철 금통위원은 기준금리를 0.25%p(포인트) 인하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소수의견은 향후 금통위 통화정책 방향을 가늠하는데 주요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11월 기준금리를 연 1.50%에서 1.75%로 인상한 이후 그 영향을 6개월간 지켜본 시점이고 한국 경제가 침체 국면을 걷고 있다는 것도 소수의견이 나온 배경으로 거론된다.
다만 이 총재는 “아직 금리인하로 경기 대응에 나설 상황은 아니다”라며 “소수의견을 금통위의 ‘시그널’로 보는 것은 무리이고 소수의견은 말 그대로 소수의 의견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에 여전히 선을 그은 셈이다.
◇이주열 “소수의견은 말 그대로 소수의 의견”
이 총재는 ‘상저하고’로 요약되는 올해 경기 전망을 유지했다. 이 총재는 “1분기 한국경제는 마이너스 성장을 나타내며 부진했지만 회복하는 모습”이라며 “재정 정책이 확장적으로 운영되고 수출과 투자의 부진이 점차 완화되면서 (하반기는) 상반기에 비해 나아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또 “물론 수출이 아직 부진한 모습이지만 물량을 보면 반도체의 경우 증가폭이 확대되는 등 개선 조짐을 포착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통관 기준 수출은 전년동기대비 감소폭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전년동기대비 수출 감소율이 1월 6.2%에서 2월 11.4%로 커졌지만 3월 8.3%, 4월 2.0%로 축소됐다. 소비자 심리지수도 1월 97.5에서 2월 99.5, 3월 99.8로 점점 개선되다 4월 101.6로 기준치인 100을 넘어섰다.
◇미중 무역분쟁, 한국 경제불확실성 키워
그러나 이 총재는 미중 미역분쟁에 따른 경제상황에 대한 우려의 강도는 높였다. 이날 발표한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이하 통방문)에서 금통위는 “미중 무역분쟁 심화 등으로 전망경로의 불확실성은 높아진 것으로 판단된다”는 문구를 새로 넣었다. 미중 무역분쟁의 향방이 통화정책의 가장 중요한 변수라는 점을 시사했다.
이 총재도 “당초 미중 무역분쟁이 빠르면 5월 타결될 것이라는 분위기가 우세했는데, 미중 서로 상호 관세 추가 인상을 발표하기 시작한 5월 초부터 갈등이 고조되면서 장기화되지 않겠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어 “관세 문제에 그치지 않고 미국의 특정 기업에 대한 제재, 중국의 희토류 수출 제한 가능성 시사 등 상호 전개되는 것을 보면 그야말로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게 진행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해외 전문가들의 입을 빌려 “기존 낙관론들이 돌아서고 있다”며 “종전보다 장기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진 것이 확실하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재정을 풀어 경기를 부양하려는 상황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하는 것은 ‘엇박자’라는 평가에 대해 이 총재는 동의하지 않았다. 그는 “정부가 (재정을) 확정적으로 운영하고 있고, 기준금리가 여전히 실물 경제를 지원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보기 때문에 엇박자는 아니고 조화를 못 이루는 것도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4월 경상수지 적자 가능성에 대해서는 “경상수지는 월별 계절성을 띠기 때문에 월별 경상수지 흐름은 크게 중시하지 않는다”며 “설령 4월 기업 배당 확대 등 특유의 요인으로 경상수지 흐름 바뀌어도 연간 기준 흑자 기조가 바뀌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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