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방위원장 집권 이후 북한 경제에 변화가 나타났지만 미국의 대북 제재로 그 효과가 사라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2일 기획재정부 산하 국책 연구기관 한국개발연구원(KDI)이 펴낸 ‘북한경제리뷰 2019년 5월호’에 따르면 현인애 이화여자대학교 교수는 지난달 열린 ‘김정은 시대의 북한 경제 변화와 정책적 시사점’ 협의회에서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이 쓰러진 이후인 2009년부터 북한 경제가 변화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현 교수는 “북한 당국이 제도를 이완하면서 경제 주체의 활동 영역을 넓혀줬다. 대표적인 수혜자는 외화벌이 회사”라면서 “외화벌이 회사는 자본을 축적하고 사용하는 게 이전보다 훨씬 자유로워졌다. 이를 국가가 적절히 활용해 경제를 견인하려고 하는 것 같다. 북한 당국이 사회주의 기업을 내세우지만 북한 경제 발전을 실질적으로 추진하는 주체는 외화벌이 회사”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현재 북한에서 대북 제재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특권층이 모인 평양의 집값이 최근 급락하고 있는데 대북 제재로 인해 수출입이 어려워지면서 외화가 바닥나고 있는 것이 그 배경이라는 분석이 있다”면서 “북한 당국의 의도가 이전과 같은 효력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짚었다.
협의회에 함께 참석한 양문수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도 “김정일 시대 말기 내지는 화폐 개혁 직후인 2010년부터 북한 경제 변화가 시작됐다. 국영 부문들이 시장경제를 받아들이고 있고 시장화 스스로도 장마당 중심의 구조에서 무역 중심 구조로 변하고 있다”면서 “탈북 동포들을 대상으로 조사해 보면 평균적인 소득, 소비 수준이 상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북한의 경제 문제가 본질적으로 해소된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서비스업 같은 시장 힘과 수출이 증가해 사정이 조금 나아졌을 뿐 본격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상태는 아니라는 얘기다. 북한은 경제난에서 탈피한 것은 전혀 아니며 식량난 또한 계속 유지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제조업이 여전히 회복되지 않아 성장 엔진도 없는 상황이다.
이어 “북한 경제가 나아졌다는 모든 얘기는 대북 제재 국면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인 2017년 이전의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이석기 산업연구원 선임 연구위원은 “북한의 제조업 성장 메커니즘이 일단 멈췄고 대북 제재가 지속하면 북한 경제가 역진할 수밖에 없다. 대북 제재로 자본 및 설비를 수입할 수 없는 상황에서 설비의 국산화를 강행하면 경공업 기업을 포함한 설비가 질적으로 떨어지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아직은 국제 사회의 대북 제재가 시행된 지 2년 정도밖에 지나지 않아 이런 현상이 두드러지지는 않지만 앞으로는 그럴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다. 대북 제재가 진행될수록 북한에서 나타났던 경제 관련 긍정적인 흐름이 중단되고 경우에 따라서는 부분적으로 역진할 수 있다고 이 위원은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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