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고 조양호 회장) 별세 이후 가족들과도 많이 협의하고 있다. 완료됐다고 말씀은 못 드리지만 잘 진행되고 있는 것 같다.”
3일 제75차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연차총회의 마지막 날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회장 취임 이후 처음으로 기자간담회를 연 자리에서 그동안 논란이 됐던 ‘상속 및 경영권 승계와 관련한 가족 간 불화가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이처럼 답했다.
조 회장은 “부친이 갑작스럽게 별세를 하시는 바람에 말씀(유언)을 많이 못 하셨다. 하지만 평소에 가족 간에 화합을 해서 회사를 지키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라고 말씀하셨다”며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기가 어려운데 이해해 주시고 결과를 좀 지켜봐 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조 회장은 유언장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답변하지 않았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한진그룹의 지주사인 한진칼의 지분을 16%대까지 늘린 토종사모펀드 KCGI의 경영권 압박 등에 대한 질문도 이어졌다. 조 회장은 “KCGI로부터 만나자고 연락이 온 적이 없다. 연락이 온다면 주주로서 만나는 것이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KCGI에 어떤 전략으로 대응할 것이냐고 묻자 “구체적으로 어떠한 전략을 사용할 것인지는 말씀드리기 곤란하다”고 말했다.
상속세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주가에 반영이 될까 봐 말하기 조심스럽다”며 말을 아꼈다. 일각에서는 조 회장이 주가 문제를 이야기한 것으로 보아 배당을 늘리는 등의 방안을 포함해 상속세 마련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세운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조 회장은 “아직도 누군가가 나에게 회장이라고 부르면, 옆에 아버지가 계시는 것 같아서 (빈 공간을) 쳐다보게 되더라”며 “기업의 미래를 위해 그룹 회장직을 수락했지만, 아직도 마음이 허전한 것은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선대에서 물려준 수송보국이라는 경영철학을 받들어서 사업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면서도 “변화가 필요하다면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 과감한 변화를 추구하겠다”고 말했다.
조 회장은 대한항공의 미래 전략에 대해서도 밝혔다. 그는 “저비용항공사(LCC)들의 성장을 지켜볼 수만은 없다. 그동안 수동적으로 관찰만 했다면, 지금부터는 공격적인 행동을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내 서비스 간소화 등을 통해 비용을 줄여 LCC와도 가격 경쟁을 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자회사인 진에어에 대한 국토교통부의 제재와 관련해 조 회장은 “국토부가 진에어에 요구한 사항을 다 충족시켰다고 본다. 그러나 국토부의 의견을 존중하고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의 매각 문제에 대해서는 “민감한 부분이라 말씀드리기 조금 어렵다. (아시아나항공이 어떻게 될지) 지켜보고는 있다”며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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