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속보치(-0.3%)보다 더 낮은 -0.4% 역성장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한국은행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인 2.5% 달성도 위태로워졌다. 반도체 업황 부진으로 수출과 설비투자가 직격탄을 맞은 게 주된 요인이다.
미·중 무역분쟁이라는 큰 변수가 도사리고 있는 상황에서 남은 3분기 동안 1% 이상 씩의 성장률을 꾸준히 기록해야만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달성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다음 금융통화위원회가 열리는 오는 7월에 한국은행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또다시 하향 조정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 4월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6%에서 2.5% 내린 바 있다.
◇연 2.5% 달성하려면 매분기 1.1~1.2% 성장해야
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9년 1분기 국민소득(잠정)’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실질 GDP 성장률은 -0.4%(전분기 대비)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4월 25일 발표된 속보치 -0.3%보다 0.1%p 더 떨어진 것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시기였던 2008년 4분기(-3.2%) 이후 10년3개월(41분기) 만에 최저 수준이다.
한국은행이 전망한 올해 연간성장률 2.5%를 달성하려면 남은 2~4분기 동안 최소 1.1~1.2%씩은 성장해야한다. 최근의 수출 등 부진한 경기 상황을 고려하면 쉽지 않은 수치다.
한국 경제의 원동력인 수출만 봐도 1분기에 속보치대비 -0.7%p 하향 조정됐다. 반도체 업황 부진으로 수출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5월까지 6개월 연속 전년대비 감소세를 이어갔다. 약 0.1%의(정부 추정) GDP 성장률 상승 효과가 기대되는 추가경정예산 역시 국회에서 발목이 잡혀 있다.
박양수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연간 성장률 2.5% 도달을 위해선) 2분기 1.3~1.4% 3과 4분기에는 0.9~1.0% 정도 나와야 한다”며 “미·중 무역분쟁이 본격화되고 있는 만큼 더 지켜본 뒤 7월에 수정 여부를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은 지난해부터 연간 성장률 전망치를 낮춰왔다. 한은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지난해 1월 2.9%로 처음 제시된 이후 7월과 10월, 올해 1월, 4까지 4차례에 걸쳐 각 0.1%p 하향 조정됐다. 1년 전과 비교하면 0.4%p 낮춘 성장률조차 도달하지 못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도 지난달 31일 열린 금통위 직후 “당초 타결이 낙관시됐던 무역분쟁이 5월 들어 다시 악화하는 쪽으로 진행되고 있어서 지난번 봤던 전망경로의 불확실성은 한층 커졌다”고 말했다.
전날 한국경제연구원은 올해 우리나라의 GDP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4%에서 2.2%로 0.2%p 낮췄다. 국내 민간 경제연구기관 중 가장 낮은 수치다.
한경연은 수출이 급격히 위축되는 가운데 투자(건설+설비) 둔화 폭이 확대되고 소비까지 회복 흐름을 멈춘 것을 반영했다고 하향 조정 이유를 설명했다.
국외 연구기관으로는 노무라증권이 1.8%로 가장 낮게 전망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BOA)도 지난달 29일 보고서를 통해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4%에서 2.2%로 하향 조정했다. 미중 무역분쟁으로 수출에 부정적 효과가 예상되는데, 미중 협상의 교착 상태가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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