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Special Report]똑똑한 돈 관리… 똑소리 나는 ‘금융 자비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6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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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종합자산관리 앱 ‘뱅크샐러드’의 성공 비결

김태훈 레이니스트 대표가 뱅크샐러드 앱의 메인 화면을 보여주고 있다. 뱅크샐러드는 각종 금융계좌 잔액, 부동산, 자동차에 이르기까지 개인의 재산 명세를 일목요연하게 보여주고 분석해주는 앱이다. 뱅크샐러드 제공
김태훈 레이니스트 대표가 뱅크샐러드 앱의 메인 화면을 보여주고 있다. 뱅크샐러드는 각종 금융계좌 잔액, 부동산, 자동차에 이르기까지 개인의 재산 명세를 일목요연하게 보여주고 분석해주는 앱이다. 뱅크샐러드 제공
매일 신용카드로 지출한 돈과 계좌잔액, 보유한 부동산과 자동차 시세에 이르기까지 내 모든 재산을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이 알아서 관리해주는 시대가 왔다. 앱이 알아서 내 재산 데이터를 다 불러와 단순 계산뿐 아니라 분석까지 해서 재테크 조언을 해준다. 모바일 앱 하나로 개인종합자산관리(PFM)가 가능해진 셈이다.

이 같은 국내 모바일 PFM 시장을 개척한 선두 주자는 대기업도, 금융회사도 아닌 20대 청년이 창업한 스타트업 레이니스트다. 레이니스트가 만든 일명 돈 관리 앱 ‘뱅크샐러드’(일명 ‘뱅샐’)는 현재 PFM 서비스 앱 시장에서 압도적인 선두를 달리고 있다. 5월 기준 가입자와 월간활성사용자(MAU) 수는 각각 350만 명, 150만 명으로 유저의 80% 이상이 20, 30대 밀레니얼 세대다. 동아비즈니스리뷰(DBR)가 뱅크샐러드의 성공 비결에 대해 분석했다. DBR 273호(5월 15일자)에 실린 주요 내용을 요약한다.

○ 흩어져 있는 데이터 연결 ‘나만의 상품’ 추천

뱅크샐러드 앱의 카드 추천 서비스는 나의 평소 소비 습관을 고려해 가장 큰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신용카드가 무엇인지를 1원 단위까지 계산해서 추천해준다. 뱅크샐러드 제공
뱅크샐러드 앱의 카드 추천 서비스는 나의 평소 소비 습관을 고려해 가장 큰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신용카드가 무엇인지를 1원 단위까지 계산해서 추천해준다. 뱅크샐러드 제공
서강대 경영학과 재학 시절 길거리 호떡 장사로 일찍이 장사에 눈을 뜬 김태훈 레이니스트 대표는 생애 첫 신용카드를 고르다 고민에 빠졌다. 신용카드 종류는 2500종이 넘는데 정작 나한테 맞는 신용카드가 뭔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금융회사에 흩어져 있는 데이터를 연결해 분석하면 나한테 맞는 상품을 찾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김 대표가 말하는 창업 동기다.

아이디어를 실제 서비스로 구현하는 일은 만만찮았다. 시중에 나와 있는 카드의 혜택 정보를 한데 수집하기도 쉽지 않았지만, 서로 다른 기준에 따라 분류돼 있는 카드 혜택(약 25만 개)을 표준화해 정리하는 일은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요하는 일이었다. 김 대표는 근 2년간 5명의 친구와 오피스텔에서 숙식을 같이하며 매일 16시간 이상을 데이터베이스(DB) 구축 작업에 매달렸다. 그 결과 2014년 8월 국내 최초의 개인화된 신용카드 추천 웹 서비스 뱅크샐러드를 내놓는 데 성공한다.

○ 고객 불편함 덜어주는 ‘진통제’ 같은 서비스

성공의 기쁨도 잠시, 레이니스트에 또 다른 시련이 찾아왔다. 웹의 인기에 힘입어 2015년 12월 출시한 뱅크샐러드 앱 1.0 버전이 폭삭 망한 것. 앱 리뷰는커녕 악플 하나 없을 정도로 반응이 싸늘했다.

문제점을 파악하는 과정에서 김 대표는 고객들이 앱을 사용하기 위해 자신의 결제 정보를 일일이 입력하는 걸 귀찮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에 따라 2016년 10월 내놓은 2.0 버전에선 문자메시지에서 신용카드 결제 명세를 자동으로 끌어오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는 신의 한 수로 판명됐다. 출시 2개월 만에 구글플레이 선정 ‘2016년 올해를 빛낸 혁신적인 앱’에 선정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레이니스트는 이 같은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곧바로 3.0 버전 개발에 나섰다. 지출뿐 아니라 다른 금융 자산도 앱에서 관리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유저들의 피드백을 반영하기 위해서였다. 그 결과 2017년 6월 공인인증서 인증 한 번으로 전 금융 계좌의 자산 명세를 끌어와 볼 수 있는 현재의 뱅크샐러드 앱을 출시했다.

결과는 기대 이상이다. 3.0 버전 출시 후 2년간 앱 다운로드 수만 400만 회에 달한다. 김 대표는 “고객들이 귀찮아하고 불편해하는 ‘페인 포인트(pain point·통점)’에 집중해 거둔 성과”라며 “유저들은 쓰기만 하면 도움이 되는 ‘비타민’보다는 자신들의 고통을 덜어주는 ‘진통제’ 같은 앱을 원한다는 깨달음을 얻었다”고 밝혔다.

○ 밀레니얼 고객에게 친근한 금융비서 역할

뱅크샐러드는 유저가 자발적으로 제공 동의한 금융 정보를 바탕으로 객관적인 알고리즘을 거쳐 개인별로 혜택이 가장 큰 상품을 추천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앱으로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데이터 기반 알고리즘이 상품을 추천하기 때문에 뱅크샐러드가 의도적으로 특정 회사 상품의 우선순위를 정할 수 없는 구조다. 고객 입장에서는 금융회사의 광고가 아닌 ‘나만의’ 금융상품을 추천받을 수 있어 유리하다. 정보보호에 민감한 고객도 본인 데이터가 맞춤형 상품 정보를 제공받는 데 쓰인다는 점 때문에 자발적으로 데이터 제공에 동의했다.

핵심 타깃층인 2030 사회초년생(밀레니얼 세대)을 상대로 이들의 문화와 취향에 특화된 재테크 조언 서비스를 제공한 점도 효과적이었다. 김 대표는 “금융 정보를 쉽고 재밌게 전달해 공감을 얻었다”며 “조언을 해도 권위적이지 않게 그들이 평소 자주 하는 생각을 메시지로 보낸다”고 강조했다. 예컨대 유저의 화장품 소비가 많으면 “얼굴에 눈, 코, 입은 하나밖에 없다” “지나가다 올리브영을 습관처럼 들어가시죠?”라고 경고성 메시지를 보내는 식이다. 금융회사들도 밀레니얼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뱅크샐러드와 협업을 강화하고 있다.

○ 고객을 똑똑하게 만드는 금융의 ‘자비스’

뱅크샐러드는 신용카드 추천에서 시작해 대출추천, 보험설계, 연금조회 서비스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금융상품 시장에 빠른 속도로 진출하고 있다. 향후 신용정보법이 개정돼 오픈 API를 통한 빅데이터 활용이 확대되고, 마이데이터 사업이 본격 육성되면 뱅크샐러드가 제공하는 금융 서비스의 질은 한층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김 대표의 목표는 뱅크샐러드를 고객을 위한 금융의 ‘자비스’로 키우는 것이다. 블록버스터 영화 ‘아이언맨’ 시리즈에서 아이언맨은 인공지능인 자비스를 장착하고 스마트한 파워를 발휘한다. 김 대표는 “고객이 뱅크샐러드를 장착하기만 하면 여느 금융 전문가 못지않게 똑똑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자비스’ 같은 자산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싶다”고 말했다.

배미정 기자 soya1116@donga.com
#금융 자비스#뱅크샐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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