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치제 도입-친인척 금융계좌 조회
靑 내부 ‘영세자영업자 조사 유예, 고액자산가 세무조사 강화’ 기류
법 개정 과정 인권침해 논란 가능성
정부가 고액 체납자를 유치장에 가두는 ‘초강수’를 동원해 탈세에 대한 전방위 압박에 나섰다. 악의적인 체납자에 대한 국민들의 공분을 해소하고, 이들에 대한 징수 실적을 올려 나라 곳간을 채우기 위한 의도다. 다만 감치(監置) 명령 제도와 체납자의 친인척에 대한 금융거래정보 조회는 국회 논의 과정에서 인권 침해 논란이 일 수도 있다.
과세당국이 이번에 감치 명령 제도를 도입한 이유는 현재 제도로는 악성 체납자를 찾아내더라도 실질적인 처벌이 어렵다는 제약 때문이다. 고의적인 탈루를 형사법으로 충분히 억제할 수 없다면 행정처분을 통해서라도 편법 탈세에 경종을 울리겠다는 것이다.
관가에 따르면 최근 청와대 내부에서는 생활이 어려운 영세 자영업자에 대한 세무조사는 유예해 주는 대신 고액 자산가에 대한 세무조사를 강화해야 한다는 기류가 형성된 것으로 전해졌다. 재산을 숨겨 세금을 내지 않는 체납자의 강제 징수 규모는 2015년 1조5863억 원에서 지난해 1조8805억 원으로 19% 증가했다.
차기 국세청장 후보자로 대기업, 고액 자산가에 대한 조사 경험이 풍부한 ‘조사통’ 김현준 서울지방국세청장이 낙점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국세청 관계자는 “재산 은닉을 통한 탈루는 고의성을 입증하기 어려워 검찰에 고발하더라도 기소율이 낮은 게 현실”이라며 “3회 이상 1억 원을 체납하면 유치장에 들어갈 수 있다는 규정 자체가 이들에게 충분한 경고 메시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경기 부진으로 세수가 줄어들자 고액 체납자를 타깃으로 세수를 확보하려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이번 대책의 핵심인 감치 제도 도입과 체납자 친인척의 금융거래정보 확인을 위해선 국세징수법과 금융실명법 등 현행법이 개정돼야 한다. 이 과정에서 인권 침해 논란이 일어 국회 통과에 난항을 겪을 가능성도 있다. 김상식 기획재정부 조세법령운용과장은 “고액 체납자를 감치하는 것에 대해 여론이 그리 나쁘진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고액 체납자는 여권이 없어도 출국 금지가 가능하도록 출입국관리법 시행규칙을 바꾸기로 했다. 여권이 없으면 출국 금지 신청이 불가능한 점을 악용해 여권 발급 당일에 해외로 도피하는 사례를 막기 위해서다.
현재는 명단이 공개된 2억 원 이상의 고액 체납자만 정부포상이 금지되지만 앞으로는 액수와 관계없이 체납이 있으면 모두 포상을 받을 수 없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