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놓으면 완판 행진… 증권사 발행어음에 뭉칫돈 몰린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6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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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금보다 수익 높고 年5% 특판도… 파산 안하면 원금손실 위험 낮아
KB증권 5000억 하루만에 매진… 한투-NH투자 상품도 인기폭발

저금리 기조가 계속되고 주식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갈 곳을 잃은 투자자금이 증권사의 발행어음에 몰리고 있다. 최근 발행어음 사업 인가를 받은 KB증권뿐만 아니라 이보다 앞서 발행어음 사업을 시작한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이 내놓은 상품의 경우 출시하자마자 ‘완판’되고 있다.

발행어음이란 증권사가 영업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회사 자체 신용으로 일반 투자자를 대상으로 발행하는 만기 1년 이내 단기 금융상품이다. 약정금리로 원리금이 지급된다.

9일 금융계에 따르면 KB증권은 발행어음을 출시한 이달 3일 하루 만에 원화 상품 1차 목표액인 5000억 원어치를 모두 팔았다. 이튿날인 4일에는 외화 발행어음도 판매 목표치인 500억 원어치를 모두 팔았다. 발행어음 출시를 기념해 선착순 1만 명에게 월 50만 원 한도로 연 5.00% 금리를 제공하는 적립식 발행어음은 출시 이틀 만인 4일 오전에 모두 팔렸다. KB증권 관계자는 “정말 연 5.00% 금리를 주느냐며 가입 문의를 하는 고객이 많았다”면서 “적립식 발행어음 상품이 이틀 만에 다 팔려 고객들이 아쉬워했다”고 전했다. KB증권은 조만간 2차로 발행어음 상품을 내놓는 등 연내 발행어음 잔고를 2조 원까지 늘릴 계획이다. 앞서 판매를 시작한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의 발행어음에도 뭉칫돈이 몰렸다. 발행어음 1호 사업자인 한국투자증권은 2017년 11월 처음 발행어음을 내놓은 지 이틀 만에 목표액인 5000억 원을 채웠다. 지난달 말 기준 한국투자증권의 발행어음 판매잔고는 원화 기준 5조1000억 원, 외화 기준 2700억 원이다. 같은 시기 NH투자증권의 발행어음 판매잔고는 원화 2조9750억 원, 외화 4442억 원 규모다.

증권사 발행어음에 돈이 몰리는 것은 저금리가 이어지는 가운데 경기 침체 우려로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해졌지만 투자할 곳은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미중 무역분쟁으로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시중 자금은 금이나 미국 달러, 채권 등으로 이동하는 추세다. 이런 가운데 은행의 예적금보다는 수익성이 높으면서도 안전자산으로 꼽을 수 있는 증권사 발행어음에 관심이 높아진 것이다. 발행어음은 예금자 보호 대상은 아니다. 하지만 증권사가 파산하지 않는 이상 원금이 손실될 위험이 높지 않아 은행 예금, 증권사 환매조건부채권(RP) 상품과 비슷한 경쟁력을 갖고 있다.

자기자본 4조 원 이상의 초대형 투자은행(IB)은 자기자본의 2배까지 어음을 발행할 수 있다. 이렇게 마련한 자금은 기업 대출, 비상장사 지분 투자, 부동산 금융 등에 쓸 수 있다. 발행어음 금리는 증권사, 만기, 상품 유형에 따라 다르다. 정기예금과 마찬가지로 가입 시 정해진 기간 동안 확정금리를 받을 수도 있다. 발행어음에 투자하는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상품에 가입하면 매일 적용되는 금리가 조금씩 달라진다.

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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