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분쟁 장기화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현상으로 시중은행에선 골드바가 불티나게 팔리고 있지만 저축은행들은 골드바 판매를 포기하거나 사업 부진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 골드바는 영업점을 방문해야만 살 수 있는 상품이지만 저축은행의 지점 수가 부족해 고객을 유인할 요인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10일 저축은행업계에 따르면 저축은행 중 가장 먼저 골드바 판매를 시작했던 HK저축은행(현 애큐온저축은행)을 시작으로 SBI저축은행, 한국투자저축은행 등이 골드바 판매를 중단하거나 포기했다. JT친애저축은행, DB저축은행 등도 판매량이 극히 저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6년 저축은행중앙회가 ‘상호저축은행 표준업무방법서’에 ‘금지금(금) 판매대행업무’를 신설한 이후 저축은행들은 골드바를 판매해왔다. 당시 부대 수익 확보와 서비스 다양화 기대로 24개사가 참여했으나 대부분이 불과 3년만에 사업 포기나 재검토에 들어갔다.
한국투자저축은행은 지난해 골드바 판매 사업안까지 완성했으나 고객 수요가 없다고 판단해 판매를 포기했다. SBI저축은행도 10g, 18.75g, 37.5g, 100g, 375g, 500g, 1kg 등 다양한 상품을 취급해왔지만 지난해 1월을 끝으로 판매를 중단했다.
이는 미중 무역분쟁 장기화로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아져 안전 자산인 금에 수요가 몰려 최근 3년새 가장 높은 금값을 기록하고 있는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KB국민·우리·KEB하나 등 주요 시중은행은 5월에만 총 29만8452g의 골드바를 판매했다. 올해 1월 판매량 4만8643g의 약 6배 수준이다. 신한은행을 포함한 4대 시중은행의 골드바 판매액은 지난달에만 100억원을 넘겼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판매량이 적어 구체적인 실적은 밝히기 어렵지만 시중은행의 골드바 판매가 급증세를 보이는 것과 달리 저축은행업계의 판매량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저축은행업계의 골드바 판매 실적 부진은 사업 초기부터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영업점 수가 부족한 저축은행은 고객의 접근성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시중은행 대비 중·저신용등급 고객 비중이 커 수요가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이용 고객 대부분이 4등급 미만이고 저축은행 특성상 타행 대출이 있음에도 추가대출을 받으려는 고객이 많다”며 “이러한 고객이 골드바까지 구매하기에는 부담스러운 측면이 있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저축은행 관계자도 “사업 초기부터 판매 실적이 좋지 않았다”며 “지역 영업점 중심이라 판매 확장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한편 저축은행업계에서는 고객 수요에 맞게 상대적으로 가격이 싼 ‘실버바’ 판매도 허용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금융당국의 ‘시기상조’라는 입장에 가로막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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