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올해 들어 기업의 채권 발행이 늘어나고 있다고 하는데요. 채권이란 무엇인가요? 기업은 채권을 무한정으로 발행할 수 있나요?
A. 노래해서 돈을 버는 베짱이는 어느 날 악기가 고장이 나자 돈을 빌리려고 개미를 찾아갑니다. 그리고 개미에게 1년 뒤에 5만 원을 얹어서 갚을 테니 악기 살 돈 100만 원을 빌려달라고 합니다. 여러분이 개미라면 베짱이에게 돈을 빌려 줄 수 있을까요? 이자 5만 원은 매력적이지만 돌려받지 못할 상황을 가정하면 선뜻 빌려주기 어려울 겁니다. 하지만 만약 베짱이가 “1년 뒤에 원금 100만 원과 이자 5만 원을 돌려주겠다”고 쓴 ‘차용증’을 준다면 어떨까요? 증거서류가 생겼으니 말로만 했던 약속보다는 돈을 돌려받을 가능성이 더 높아진 것처럼 느껴질 겁니다. 여기에다 베짱이를 매우 잘 아는 매미가 1년 뒤가 되면 베짱이는 노래를 불러서 500만 원을 모을 수 있다고 알려줍니다. 이 경우 개미는 1년 뒤에 원금과 이자를 받을 수 있을 거라 더욱 안심하여 돈을 빌려줄 가능성이 높아질 겁니다.
위와 같은 개인 간의 거래뿐만 아니라 정부와 기업도 돈을 빌리기 위해서 일종의 차용증을 발행하는데 이를 ‘채권(債券)’이라고 합니다. 정부와 기업은 빌릴 돈의 규모(원금), 갚을 날짜(만기)와 빌린 돈에 얹어서 줄 돈(이자) 등을 기록한 채권을 발행하고 이 조건에 동의하는 상대방(채권투자자)이 이를 사줌으로써 돈을 빌려주게 됩니다. 이때 이러한 거래가 이뤄지는 곳을 채권시장이라고 합니다. 채권은 발행 주체에 따라 정부가 발행하는 ‘국채’, 은행이 발행하는 ‘은행채’, 그리고 기업(주식회사)이 발행하는 ‘회사채’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정부는 도로 건설 등 국가사업을 위해서, 은행은 고객 대출 등 영업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채권을 발행합니다. 기업도 다양한 목적에서 채권을 발행하는데, 대표적으로 공장을 짓거나 기계장비를 구매하거나 제품 생산을 위한 원재료를 구입하기 위해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는 경우 등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정부나 기업은 이러한 채권을 무한정 발행할 수 있을까요? 채권은 채권발행자(돈을 빌리는 자)가 미래에 갚아야 할 부채(빚)입니다. 발행자가 부채를 많이 지면 질수록 나중에 약속한 대로 빚을 갚지 못할 위험이 높아지기 때문에 법에서는 채권의 발행한도를 엄격하게 정하고 있습니다. 국민의 세금으로 채권을 상환해야 하는 정부는 국회가 동의한 한도 이내에서만, 예금자 보호가 중요한 은행은 자기자본의 5배 이내에서만 채권을 발행할 수 있습니다.
기업은 법에서 정한 채권의 발행한도가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채권을 무한정 발행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앞서 든 예에서 베짱이가 두더지에게도 이자 20만 원을 주는 대가로 이미 400만 원을 빌렸고, 이를 매미가 개미에게 알려줬다고 가정합시다. 베짱이에게 1년 뒤에 500만 원이 생긴다 하더라도 두더지에게 갚아야 할 돈만 420만 원에 이르기 때문에 개미는 100만 원을 빌려주지 않으려 할 겁니다. 마찬가지로 기업도 갚아야 할 채무가 많아질수록 빚을 갚을 수 있는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그 기업이 발행하는 채권을 사려 하는 이는 없을 겁니다. 즉 기업의 채권 발행한도는 기업 자신의 자산 상태와 현금 흐름 등에 따라 정해진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한편 베짱이의 자산 상태를 알려준 매미처럼 금융시장에서는 채권 발행 기업의 돈 갚을 능력, 즉 채무상환능력을 전문적으로 평가하는 기관이 따로 있는데 이를 신용평가회사라 부릅니다. 신용평가회사는 정기적으로 기업의 재무 상황과 영업 전망 등을 토대로 채무상환능력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기업과 채권에 신용등급을 매김으로써 시장 참가자들이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이처럼 채권시장에서 기업은 채권을 발행해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고, 채권투자자는 자금을 빌려주는 활동이 이뤄집니다. 채권시장이 원활하게 작동할수록 기업은 활동에 필요한 자금을 쉽게 구하고 채권투자자는 약속된 수익을 얻음으로써 모두가 혜택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기업 채무상환능력의 적절한 평가가 이뤄진다면 채권시장에 대한 신뢰가 높아지고 나아가 기업과 나라 경제의 건전한 성장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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