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해양수산·양식·식품·수출박람회인 ‘2019 Sea Farm Show’가 20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개막했다.
동아일보와 채널A, 해양수산부가 주최하는 박람회는 이날부터 사흘간 ‘바다가 미래다’라는 주제로 열린다. 해양수산 관련 78개 기관과 기업이 124개 부스에서 관람객을 맞는다. 올해는 4회째를 맞아 해외 바이어를 초청해 국내 우수 수산물을 소개하는 수출 박람회로 성격이 확대됐다.
박람회는 중국, 베트남, 일본, 캐나다, 미국 등 10개국에서 온 바이어 48명이 한국 수산물을 맛보고 국내 기업과 수출 상담을 하는 ‘수산물 한류(韓流)’의 장이었다. 해양수산 분야의 신기술과 유망 스타트업의 활약상을 보고, 다양한 수산물도 맛 볼 수 있는 자리였다.
●해외 바이어와 연결해 ‘K-피쉬’ 수출 지원
“반건조 오징어 유통기한을 2년까지 늘릴 수 있다고요?”
이날 박람회장 내 비즈상담관을 찾은 인도네시아의 온라인 수산물 유통 플랫폼 ‘아루나’의 우타리 옥타얀티 대표는 경북 포항시 소재 보성수산의 장천수 대표의 설명에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장 대표는 “일반적으로 유통기한이 1개월이지만 진공 작업을 하면 크게 늘릴 수 있다”고 했다. 옥타얀티 대표는 반색하며 “본국으로 돌아가면 당장 연락하겠다”며 명함을 건넸다.
이날 행사장에선 해외 바이어와 국내 기업들의 수출 상담이 총 110건 진행됐다. 싱가포르 수입회사 ‘K&E enterprise’의 발레리 잎 비즈니스개발매니저는 김스낵을 생산하는 ‘자연향기’와 상담했다. 숯불갈비맛, 치즈맛 김스낵을 먹어본 그는 “싱가포르 사람들은 해조류 특유의 비린내를 꺼리는데 다른 맛이 첨가된 한국 김은 인기가 좋을 것 같다”고 했다. 자연향기의 옥정석 팀장은 “오늘만 해외 바이어 3명을 만났다”며 “당장 계약이 체결되지는 않았지만 좋은 결과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관세청은 수출기업을 위한 설명회를 열었다. 서울세관의 김수연 관세행정관과 서현애 관세행정관이 각각 ‘자유무역협정(FTA) 활용 지원,’ ‘FTA 검증’이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이들은 베트남과 수출 계약을 진행할 때는 한-아세안 FTA보다 한-베트남 FTA를 활용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는 등 알아두면 좋을 각종 정보를 알려줬다.
해양수산업에 4차 산업혁명을 접목한 스마트 기술도 관람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국립수산과학원은 자체 개발한 미래융합형 바이오플락 양식 시스템을 선보였다. 물고기가 배출하는 유기물로 식물을 재배하기 때문에 항생제나 인공물비료 등이 필요 없는 친환경 기술이다. 행사장에선 메기와 뱀장어를 키운 물로 새싹인삼, 상추 등을 키우는 시스템이 시연됐다. 이정호 수산과학원 내수면양식연구센터장은 “양식에 이용한 물이 배출되지 않고 전부 분해되기 때문에 도심 빌딩에서도 양식이 가능하다. 일반 수경재배보다 생산성이 30% 더 높다”고 설명했다.
행사장을 둘러 본 내빈들도 해양수산 분야의 가능성에 큰 관심을 보였다.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해 우리 수산물이 사상 최대 수출 실적을 거뒀지만 잡는 어업은 한계에 다다랐다”며 “양식업에 대규모 자본이 투자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고 첨단 스마트양식이 확산되도록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원욱 의원은 “이번 박람회가 해양수산식품 부문의 방탄소년단, K-푸드를 만드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자유한국당 이종배 의원도 “우리 수산물이 외국인들의 입맛을 사로잡는 기회가 될 수 있었으면 한다”고 했다.
●눈과 입을 사로잡는 다양한 이벤트
제주어류양식수산업협동조합 부스에서 선보인 제주광어로 만든 초밥과 어묵은 관람객들이 긴 줄을 서서 기다려 시식할 만큼 인기가 많았다. 남편과 함께 충남 예산군에서 온 장봉이 씨(66·여)는 제주광어로 만든 어묵을 먹어본 뒤 “다른 어묵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부드럽고 맛있다”고 했다.
다슬기, 송어, 김 등 각종 수산물을 맛보고 즉석에서 구매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1만 원짜리 실치 한 봉지를 산 조광삼 씨(87)는 “행사장에서 판매하는 수산물들의 품질이 일반 마트에서 판매하는 것들보다 더 좋은 것 같다”며 “오늘 산 실치로 맛있는 반찬을 해 먹을 생각”이라며 웃었다.
이날 열린 퀴즈쇼에서는 수산 관련 정보를 맞춘 관람객에 상품권을 선물로 증정했다. 퀴즈를 맞힌 한지영 씨(37·여)는 “질 좋은 수산물을 사러 매년 박람회에 들렀는데 올해도 소금, 젓갈, 미역 등을 샀다”며 “받은 상품권으로 다른 것도 더 살 생각”이라고 했다.
박람회는 22일까지 사흘간 열린다.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 21일에는 신효섭 셰프의 요리쇼와 해양수산 분야 취업·창업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청년 어부 토크쇼’가 열린다. 22일에도 신 셰프의 요리쇼가 이어지며 참다랑어 해체쇼, 수산물 경매 등도 진행된다. 로봇물고기 장애물 경주, 바다공예체험 등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도 행사기간 내내 펼쳐진다.
고양=주애진·김소영 기자
▼ 바다없는 충북 참여 눈길깵 “해양과학관 홍보” ▼
20일 열린 ‘2019 SEA FARM SHOW―해양수산·양식·식품 수출박람회’엔 경기 인천 경남 제주 등에서 19개 지방자치단체도 대거 참여했다. 각 지자체 및 지방 어촌특화지원센터들은 해당 지역의 특산품을 선보이고 어촌체험 및 휴양마을, 지역 명소 등을 홍보하며 방문객들을 맞이했다.
부산어촌특화지원센터 부스엔 기장군에서 생산하고 포장한 미역과 다시마를 시식하려는 방문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부산은 최근 소비 트렌드를 반영해 미역과 다시마를 300~750g씩 소포장한 상품을 기획했다. 박람회 현장에서 수집한 제품의 중량과 디자인, 포장형태에 대한 시민 설문 결과는 향후 상품 개발에 활용된다. 동삼어촌, 대항어촌 등 부산 소재 어촌마을을 소개하는 코너도 마련됐다.
특히 올해는 충북도의 참가가 눈에 띄었다. 충북은 4면이 육지와 접해 있어 9개 도 가운데 유일하게 바다가 없는 지역이다. 김성일 충북도 농업정책과 주무관은 “바다 경험이 제한적인 충북의 청소년들에게 해양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는 해양미래과학관을 충북에 유치하고 건립하기 위해 100만인 서명 운동을 벌이고 있다”며 “이르면 8월쯤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의견 조사가 진행되는데 전국적인 관심을 기대한다”고 했다.
지자체 행사장 곳곳엔 ‘귀어귀촌 상담 코너’도 마련돼 있었다. 귀어귀촌 희망자들은 각 센터 담당자로부터 귀어귀촌 시 밟아야 하는 절차나 정부지원금 같은 혜택에 대해 안내를 받을 수 있다. 오양수 전북도 귀어귀촌종합지원센터장은 “지역 공동체로의 진입 장벽이 높진 않을까 걱정하는 상담자가 많았다”며 “센터에선 지역 정착 과정 중 발생할 수 있는 갈등 관리에 도움이 되는 조언도 함께 드리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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