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보다 조세·사회보장비용 지출 증가 커
내수 기반 약화…“비자발적 부담에 대한 관리 필요”
가계에서 원하는 곳에 쓸 수 있는 실질 소득이 10분기 연속 감소세를 그리며 가계의 실질 경제력이 위축되고 있다. 가계의 실질 가처분소득이 감소하면 소비와 저축이 줄어 내수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
23일 보험연구원 ‘KiRi리포트’에 실린 ‘가계의 실질 가처분소득 변화 추이’를 보면 실질 가처분소득은 2016년 4분기부터 사실상 지속적인 감소세를 나타냈다.
실질 가처분소득 증가율은 총 10개 분기 중 9개 분기에서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했다. 실질 가처분소득 증가율은 2016년 4분기 -1.2% 이후 2017년 2분기 -1.4%까지 하락한 후 소폭 등락을 거듭하다 2018년 3분기 -1.3%로 떨어졌다. 이후 2018년 4분기 0.3%로 반짝 개선됐다가 2019년 1분기 다시 -1.0%로 하락했다.
이 기간에 실질 가계소득 증가율은 플러스 성장을 하며 실질 가처분소득 증가율과 다른 양상을 보였다. 실질 가계 소득 증가율은 2016년 4분기 -1.2%, 2017년 1분기 -1.3% 등 감소세를 보이다가 2017년 4분기 1.6%로 증가 반전했다. 2018년 1분기에는 2.6%, 2분기 2.7%, 3분기 3.0%까지 올랐다가 최근 다시 둔화되고 있다.
실질 가계소득이 증가하는 데도 실질 가처분소득이 감소한 이유는 조세, 국민건강보험과 국민연금 보험료 등 사회 복지, 이자 비용 등 비자발적인 가계 부담 증가폭이 소득보다 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2018년 실질 가계 소득은 근로 소득과 공적 보조를 포함하는 이전 소득을 중심으로 2017년 대비 44만2000원가량 증가했다. 반면 조세, 사회보장, 이자 비용 등이 증가하면서 2018년 실질 비소비 지출은 2017년 대비 약 50만9000원 늘었다.
실질 소득 증가보다 비소비 지출 증가가 커지며 2018년 실질 가처분소득은 2017년 대비 6만7000원 감소해 가계의 실질 구매력이 낮아진 것이다.
이태열 선임연구위원은 “우리나라 가계의 실질 구매력이 2016년 4분기 이후 2년 이상 감소세를 지속하고 있다는 것은 내수 경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가계 구매력이 낮아지면 소비와 저축 여력이 감소한다. 이는 소비재와 서비스 산업, 금융 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특히 최근에는 수출까지 둔화되고 있어 내수 경제의 지속적인 위축은 성장 동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가계의 경제력 회복을 위해서는 소득 증가도 중요하지만 가계의 비자발적인 부담에 대해서도 적절한 관리가 필요하다”며 “가계 부담에 대한 관리가 이뤄지지 않으면 가계 경제력의 위축이 장기화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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