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개월 연속 0%대에 머물렀다. 소비가 부진한데다 무상급식, 무상교육 등 각종 복지정책이 물가를 끌어내렸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물가안정 목표치를 2%로 설정한 한국은행이 물가 관리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효과가 예전만 못한데다가 최근 정부 정책도 물가를 더 내리는 쪽으로 초점이 맞춰져 있어 통화 당국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통계청이 2일 발표한 ‘6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4.88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0.7% 올랐다. 1월(0.8%) 이후 물가 상승률이 6개월 연속 0%대에 머물고 있는 것이다. 2015년 2~11월(10개월) 이후 최장 기간 0%대 상승률이다. 올 상반기(1~6월) 누계 상승률도 0.6%로 2015년 이후 4년 만에 가장 낮았다.
품목별로는 석유류 가격이 지난해 6월보다 3.2% 내려가며 전체 물가를 0.14%포인트 끌어내렸다. 휘발유과 경유 가격은 각각 5.3%, 1.7% 하락했다. 아울러 무상급식, 무상교육 등 복지정책의 효과로 서비스 물가가 안정되며 저물가 기조가 이어졌다고 통계청은 분석했다. 농·축·수산물 가격 안정과 유류세 인하 효과도 작용했다.
통계청은 저물가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김윤성 통계청 물가동향과장은 “7, 8월 전기료 인하, 9월 고교 무상 납입금 확대 등이 예정돼 있어 하반기(7~12월)에도 물가가 많이 오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에 연간 소비자물가상승률도 0%대에 머물 공산이 커지고 있다.
저물가가 장기화되면서 ‘물가 당국’인 한은의 고민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연간 물가상승률은 지난해까지 6년 연속 한은의 목표치인 2.0%에 못 미쳤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달 25일 기자간담회에서 “통화정책으로 직접 제어하기 어려운 영역의 영향력이 확대되는 것은 고민이다. 과거에 비해 물가 움직임에 대응하기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낮춰 돈을 풀면 물가가 상승하는 게 정상이라고 본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시장에 유동성이 충분해 중앙은행의 돈 풀기가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돈이 안 돌고 있다. 지금은 금리를 내려도 효과가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정부의 복지정책도 물가를 내리는 압력으로 작용하며 통화당국의 대응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무상교육이 물가를 끌어내리다보니 물가에 대한 영향력이 중앙은행보다 서울시교육청이 더 크다는 말이 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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