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림 팍팍한데 0% 저물가?…유가하락 ‘착시’ 곧 오른다

  • 뉴스1
  • 입력 2019년 7월 3일 07시 37분


서울의 한 주유소에서 휘발유 가격이 리터당 1,432원을 나타내고 있다.  2019.6.30/뉴스1 © News1
서울의 한 주유소에서 휘발유 가격이 리터당 1,432원을 나타내고 있다. 2019.6.30/뉴스1 © News1
6월 소비자물가가 0.7% 오르는 데 그치며 6개월 연속 저물가 행진이 이어지고 있지만 기름값 하락과 무상급식 등 복지정책 확대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경기 부진에 따른 수요 부족도 0%대 물가 상승률의 원인으로 꼽히지만 공급과 정책 요인으로 인한 물가 하방 압력이 더 크기 때문이다.

통계청이 2일 발표한 ‘2019년 6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4.88로 전년 동월 대비 0.7% 상승했다.

소비자물가는 올해 1월부터 6개월째 0%대 상승률을 유지하고 있다. 이처럼 0%대 상승률이 장기화한 것은 유가 폭락 여파가 있던 2015년(2~11월) 이후 처음이다.

가격 변동이 큰 농산물 및 석유류를 제외한 근원물가도 6월 기준 전년 동월 대비 0.9% 상승하는 데 그치며 4개월 연속 0%대 상승률을 보였다.

올해 1~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 누계치는 0.6%로 역대 최저 기록인 2015년 1~6월 누계치와 같았다.

이처럼 저물가 기조가 계속되면서 일각에서는 디플레이션 우려도 나오지만 경기침체에 따른 물가 상승 둔화는 아니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석유류와 농축수산물 가격이 지난해에 비해 떨어진 데다 복지정책 확대로 서비스 물가가 낮아진 것이 전반적인 물가 수준을 낮췄기 때문이다.

실제로 품목별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보면 채소류 가격이 지난해 6월보다 2.5% 떨어졌고 수산물 가격도 마이너스(-) 0.9% 상승률을 보였다.

채소류와 수산물 가격은 각각 6개월, 5개월째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다.

유류세 한시적 인하 조치와 국제 유가 하락 영향으로 석유류 가격은 3.2%나 하락했다. 석유류는 지난해 11월 이후 7개월째 마이너스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다른 품목에 비해 석유류와 채소류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전반적인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끌어내리는 효과(기여도)도 각각 마이너스(-) 0.14%포인트(p), 0.03%p로 분석됐다.

복지 등 정부정책 효과에 따른 물가 하락 효과도 컸다. 6월 고등학교 납입금은 전년 동월 보다 3.0% 하락했고 지방자치단체별로 시행하고 있는 무상급식 영향으로 학교 급식비는 무려 41.4% 떨어졌다. 집세는 전년 동월 대비 -0.2% 상승률을 보였다.

이 같은 이유로 6개월째 이어지는 저물가가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기와 비교해 산출하는 만큼 올해 반영된 정책 효과가 사라지면 물가 하방 압력도 사라지기 때문이다.

정부도 최근 저물가 기조에는 소비 부진보다는 기름값, 농수산물 등 공급 요인과 정책 요인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최근 저물가 현상에는 공급과 수요 측면 영향이 혼재돼있지만 그중에서도 정부 정책 효과로 인한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며 “0%대 상승률이 계속된다고는 하지만 물가 상승률이 일시적으로 둔화한 것이어서 복지 정책 확대에 따른 과도기적 현상이다. 공급과 정책 요인이 사라지면 물가는 다시 상승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경기 부진이 심화하는 만큼 소비 부진에 따른 물가 하락 영향도 주시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중 무역갈등 등에 따른 세계적인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추가적인 공급·수요 충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책 요인으로 인한 물가 하락 영향도 있지만 최근 경기 부진으로 인한 수요 부족도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히 크다고 볼 수 있다”며 “당장은 디플레이션 현상이 나타나지는 않겠지만 물가 수준이 상당히 낮기 때문에 대비는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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