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승인 통계인 미분양 통계가 1000여건 가량 누락되는 오류가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주택 수요·공급 정책을 결정짓는 주요 통계임에도 집계 방식이 허술해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12일 분양업계에 따르면 SM그룹 계열인 우방이 경기도 화성시 기안동 일대에 짓는 ‘화성 우방아이유쉘 메가시티’는 지난 5월(28~30일) 정당 계약을 실시한 결과 1157가구 중 최소 1000가구 이상이 미분양 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분양관리지역인 화성에서 분양한 이 단지는 앞선 청약 때에도 300여명만이 접수하는 데 그쳐 대거 미분양이 예고됐던 단지다. 지속적으로 미분양을 줄여왔던 화성시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던 곳이다.
그러나 최근 국토교통부가 공개한 ‘5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 현황’에서 이 아파트의 미분양 수치는 빠져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단지의 미분양 수치 누락은 화성시뿐만 아니라 경기도, 수도권, 전국 미분양 통계도 뒤바꿔놨다.
정부는 화성시 미분양이 4월 662가구에서 5월 609가구로 53가구 줄었다고 발표했다. 이에 힘입어 경기도 미분양도 4월 7048가구에서 5월 6562가구로 486가구 줄어 2개월 연속 감소했다.
원래대로 ‘화성 우방아이유쉘 메가시티’의 미분양 수치가 포함되면 통계는 전혀 달라진다. 화성시 5월 미분양은 4월보다 최소 150% 이상 급증하고, 경기도 미분양도 감소가 아니라 최소 7.3% 이상 늘어나게 된다. 수도권과 전국 미분양 증가율도 정부 발표분보다 최소 2배 이상 커진다.
결국 이 기간 화성시와 경기도 분양시장엔 미분양 증가로 인해 빨간불이 켜진 상태였지만, 통계가 이를 제때 반영하지 못해 적시에 시장에 경고하지 못했다.
특히 일부 주택 수요자들은 미분양이 줄었다는 잘못된 정보로 시장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분양업체의 홍보에만 이끌려 미분양 주택을 매입했을 가능성도 있어 우려가 제기된다.
이번 통계 오류의 원인은 허술한 집계 방식 때문이다. 현재 국토부가 매달 발표하는 미분양 통계는 각 시·군·구가 건설업체로부터 제출받은 미분양 주택 현황을 취합해 만든다.
지자체가 분양계약서를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사업자가 제공하는 정보에 일방적으로 의존하는 방식이다 보니 예전부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분양 성적에 민감한 건설사들이 미분양 보고를 미루거나 축소 보고해도 걸러내기 어렵다는 것이다.
화성시 관계자는 이번 통계 누락에 대해 “화성 우방아이유쉘 아파트가 5월 미분양 통계에 포함돼야 하는 건 맞는데, 제때 보고가 되지 않아 누락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우방 측 관계자는 “화성시에서 이 당시 따로 미분양 자료 제출 요청이 없었다”고 해명했다.
국토부는 미분양 통계의 문제가 거듭 지적되자 집계 방식을 실거래 신고를 기반으로 고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나, 아직 구체적인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분양업계 한 관계자는 “통계의 오류 가능성이 높다면 존재 의미가 없는 것”이라며 “미분양 통계는 정부의 주택 정책 결정과 주택사업자와 수요자의 의사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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