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비롯한 롯데 사장단이 입을 굳게 다물었다. 일본의 무역보복 조치로 반일 감정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일본과 관계가 깊은 롯데에 이목이 쏠리고 있는 것을 의식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신 회장은 16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올해 하반기 VCM(Value Creation Meeting, 옛 사장단 회의)에 참석 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질문에 답을 하지 않은 채 빠르게 입장했다. 오전 8시 50분쯤 모습을 드러낸 신 회장은 일본 출장 성과와 한일간 가교 역할에 대한 물음에 의례적으로 “예예”라고 답했을 뿐 다른 언급은 하지 않았다.
먼저 도착한 이영호 BU장과 김용기 유통사업본부 대표, 조경수 롯데푸드 대표, 남익우 롯데 GRS 대표도 마찬가지였다. 입을 굳게 다문 채 회의장으로 향했다.
앞서 1월 열렸던 상반기 회의에서는 계열사 사장들이 입장하면서 기자들에게 경영 현안 메시지를 공유했던 것과는 사뭇 달라진 모습이다.
전체적으로 상반기 사장단 회의 때보다 신중한 분위기였다. 일본의 무역보복으로 민감한 시기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일본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롯데 입장에서 한·일 갈등은 부담이다. 국적 논란부터 판매 브랜드까지 걸려있는 문제가 복잡하다. 실제 국내서 불매운동 중인 유니클로는 롯데쇼핑이 49%, 무인양품은 롯데상사가 40%의 지분을 갖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혹여 잘못된 메시지가 전달되면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분위기가 반영됐다는 평이다.
다만 내부 사장단 회의에서는 신 회장의 메시지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신 회장은 최근 일본 현지에서 노무라증권과 미즈호은행, 스미토모은행 등 롯데와 거래하는 현지 금융권 고위 관계자와 관·재계 인사들을 만나 주요 현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연례적인 투자 설명회 자리였지만, 올해는 경제 보복으로 한·일 관계가 악화하면서 양국간 긴장 해소를 위한 논의도 이뤄졌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일본에서 태어나 성장한 신 회장은 아베 신조 총리를 비롯해 일본 정·관계 인사들과도 상당한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롯데그룹 관계자는 “(신 회장이) 일본 현지 출장에서 느낀 분위기 등에 대해 언급할 수 있다”며 “그룹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오는 20일까지 신동빈 회장 주재로 VCM을 진행한다. 이날 식품 BU를 시작으로 유통 BU·화학 BU·호텔 BU 순으로 사장단 회의를 하고, 20일 우수 실천사례를 신 회장에게 보고한다. 또한 이번 회의에서는 한·일 갈등 문제 외에도 Δ미래를 위한 투자와 혁신 Δ주가 관리 Δ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 Δ빠른 실패(Fast fail) 전략 등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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