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 계획도 못잡아” 삼성전자 사장단 ‘바쁘다 바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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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7월 16일 14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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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6월 1일 경기도 화성사업장에서 열린 전자 관계사 사장단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이날 최근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글로벌 경영환경을 점검하고 이에 대한 대책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왼쪽부터 이동훈 삼성디스플레이 사장, 이재용 부회장, 김기남 삼성전자 DS부문 부회장, 정은승 삼성전자 DS부문 파운드리 사업부장 사장.(삼성전자 블라인드 앱) 2019.6.2/뉴스1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6월 1일 경기도 화성사업장에서 열린 전자 관계사 사장단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이날 최근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글로벌 경영환경을 점검하고 이에 대한 대책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왼쪽부터 이동훈 삼성디스플레이 사장, 이재용 부회장, 김기남 삼성전자 DS부문 부회장, 정은승 삼성전자 DS부문 파운드리 사업부장 사장.(삼성전자 블라인드 앱) 2019.6.2/뉴스1
7월 중순을 맞아 본격적인 여름휴가철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지만 삼성전자 사장단이 아직까지 ‘휴가 계획’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미·중 무역분쟁의 여파가 가시기도 전에 일본의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소재 ‘수출 규제’ 조치가 터졌고, 사정당국의 조사까지 겹쳐 삼성전자 안팎을 둘러싼 ‘위기감’도 최고조에 달해있어서다.

TV와 생활가전, 스마트폰 등 핵심 사업부에서는 ‘1년 농사’를 가늠하는 ‘신제품 공개(언팩)’ 같은 중요 이벤트도 앞두고 있어서 최고경영자(CEO)들이 마음편히 휴가를 갈 수 있는 상황이 못 된다는 얘기다.

16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대표이사인 김기남 DS(디바이스솔루션)부문장 부회장, 김현석 CE(소비자가전)부문장 사장, 고동진 IM(IT모바일)부문장 사장 등 3인은 아직까지 사업부와 비서실 등에 여름휴가 계획을 통보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적으로 삼성전자 대표이사들은 길어야 4~5일 정도 휴가를 다녀오며, 열흘 이상 장기간 여름휴가를 떠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재계 한 관계자는 “현재 삼성전자는 반도체, 스마트폰 등 핵심 사업부 실적 감소에다가 일본과의 무역갈등, 그룹 경영진을 둘러싼 검찰 수사 등으로 대내외적 악재가 산적해있다”면서 “임원들이 마음놓고 편하게 휴가를 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미 몇몇 삼성전자 임원들은 미리 잡은 휴가계획을 미룬 상태이며, 일부는 아예 올해 휴가를 가지 않겠다고도 선언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반도체 사업 수장인 김기남 부회장은 지난 13일에 총수인 이재용 부회장과 일본 수출규제 대응 비상경영회의를 가졌다. 이 자리에는 진교영 메모리사업부장 사장, 강인엽 시스템LSI사업부장 사장, 이동훈 삼성디스플레이 사장 등도 배석했다.

김 부회장을 비롯해 삼성전자 반도체 담당 사장단은 지난해만 하더라도 7~8월에 짧게 여름휴가를 다녀왔으나 올해는 당분간 ‘휴가 올스톱’ 상태인 것으로 전해진다. 올초부터 시작된 메모리 가격 하락 여파로 상반기 실적이 지난해의 ‘반토막’ 수준으로 떨어진 상황에서 예상하지 못했던 일본의 ‘소재 수출규제’ 사태가 터졌다.

일본 정부가 공식 발표한 지난 4일 이후로 삼성전자 DS부문의 마케팅과 구매팀 등 실무부서 임원들은 수시로 일본으로 출장을 떠나 현지 상황을 체크하고 고순도 불화수소, 포토레지스트,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등 관련 소재 3종의 대체 공급 가능성을 타진한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의 조치가 발효되기 전에 수입한 일부 소재들은 최근 통관을 마쳐 일부 공급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7월 이후 신규로 구입하는 물량에 대해서는 일본 정부의 허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어서 사태 해결의 근본적 대책은 될 수 없다는 분석이다.

반도체 외에 TV·생활가전과 스마트폰 사업부 수장들도 아직까지 휴가 계획을 확정짓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CE부문장인 김현석 대표이사 사장은 9월초로 예정된 독일 베를린에서의 가전박람회 ‘IFA 2019’ 출장 막바지 준비로 분주한 상태다. TV 사업을 총괄하는 한종희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 사장도 지난 5월까지 해외 거래선을 만난 직후 국내에서 잠시 숨을 고른 뒤 곧바로 하반기 IFA 출장에 돌입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IFA 같은 대형 이벤트는 단순히 신제품을 공개하고 전시하는 의미 외에도 사업부장들이 해외의 주요 거래선들과 다양한 비즈니스 미팅을 가질 수 있는 기회라 일찌감치 일정을 조율하는 준비 단계에 접어든다”고 말했다.

IM부문장인 고동진 사장의 상황도 크게 다르진 않다. 고 사장은 다음달 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브루클린 바클레이스 센터에서 ‘갤럭시노트10’ 언팩 행사를 주관한다. 올 상반기 출시했던 첫 5G 스마트폰을 포함한 ‘갤럭시S10’ 시리즈 판매가 예상보다 저조했던 데다가 기대를 모았던 첫 폴더블폰 ‘갤럭시 폴드’의 공식 판매도 미뤄지고 있는 터라 고 사장이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만만치 않다는 평가다.

일각에서는 이재용 부회장이 지난 12일 일본으로의 긴급 출장을 다녀온 직후 하루만인 13일에 ‘주말 비상회의’를 소집한 것을 두고 삼성전자 사장단이 사실상 비상경영 체제로 전환해 여름휴가 자체를 반납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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