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염을 만들어 팔수록 손해인데, 누가 빚지면서까지 생산하려고 하겠습니까.”
전남지역 낮 최고기온이 섭씨 30도를 웃돈 16일 정오 무렵. 전남 신안군 증도면 태평염전 고무 바닥에서는 열기로 인해 이글거리는 아지랑이가 피어올랐다.
흰 소금 꽃이 활짝 피게 하는 작업이 한창 진행될 시간이었지만 밀대를 밀고 손수레를 끄는 작업 인부들은 단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염전에서 생산한 소금을 저장하는 창고도 굳게 닫혀 있었고, 운반차는 멈춰 선 상태였다.
신안지역 일부 염전주인들이 이날부터 가격폭락에 손 놓은 당국에 대한 항의 차원에서 천일염 생산을 일시 중단하면서다.
현재 신안지역 염전주는 모두 827농가. 이들이 지난해 말 기준 염전 허가를 받은 면적은 2801㏊로, 2017년 2832㏊보다 31㏊ 감소했다.
올해에만 폐염전이 9.7㏊에 달하는데, 최근 3년 새 100㏊가 줄었다. 이마저도 체험활동 중심으로 염전을 운영하면서 전남도내 천일염의 명맥이 끊길 위기를 맞고 있다.
이는 중국산 소금의 수입 증가와 힘든 노동으로 인한 종사자 구인난, 태양광 등 각종 개발 사업, 토지 임대 방식으로 운영하는 업체의 영세성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다른 시·도 소금 생산량이 최근 몇 년 새 늘어나면서 소금 값이 급락한 점도 염전업자들을 한숨짓게 하고 있다.
이날 현재 천일염 산지 가격은 20㎏ 한 포대 당 1800∼2000원 선으로, 지난 5월 평균 3600원의 절반 수준에 그치고 있다. 6년 전만 해도 천일염 산지 가격은 20㎏기준 7900원이었다.
신안천일염연합회장 태평염전 박형기씨(60)는 “천일염 가격이 폭락하는데, 정부대책은 마련되지 않고 있다”며 “오늘만 50% 이상 중단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일부는 내일부터 생산을 중단키로 했다” 고 말했다.
이어 “당분간 천일염 생산은 하지 않을 것이다. 20일까지 최종 확인해봐야 알겠지만 872농가 중 60% 이상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에서 발빠른 대책을 마련해주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군은 이번 염전주들의 항의성 천일염 생산 중단 시위가 장기화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신안 압해도 등에서 천일염 생산중단 여부를 확인한 결과, 작업을 중단한 염전은 2곳뿐이었다는 게 군 측의 설명이다.
신안군 관계자는 “재 염전 허가를 받은 농가는 827곳인데, 이날부터 천일염 생산을 중단한 업체를 확인한 결과 10~20% 수준에 불과했다”며 “염전 대부분 재고량이 80% 이상 남아서 당분간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안=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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