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시대에 사업을 하다 보면 사이버 보안 침해, 개인정보 보호, 사업모델 파괴, 경쟁력 상실에 이르는 다양한 리스크에 맞닥뜨린다. 이럴 때 이사회의 디지털 소양이 부족하면 어떻게 될까. 회사의 전략 수립과 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해 조직의 미래가 위태로워질 것이다. 이처럼 변혁의 시대에 뛰어난 디지털 지식을 갖춘 이사회를 만드는 것은 기업의 성과와도 직결된다. 미국 상장사들 이사회의 디지털 노하우를 분석한 피터 바일 MIT 선임연구원 등은 이사회를 구성할 때 세 가지 요인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사 개개인의 배경, 심도 있는 디지털 경험을 가진 멤버의 수, 기술의 전략적 역할에 대한 이사회와 임원들의 소통 방식이 그것이다. 기술에 해박한 회사를 만들기 위해 이사회 멤버와 안건은 어떻게 변해야 할지, 이사들의 재교육은 어떤 식으로 이뤄져야 할지 들여다보자.
■ 제도 운영할 인재의 중요성 ■
○ 왕이 묻고 신하가 답하다
“법이 만들어지면 폐단이 생겨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근심거리니 어떻게 해야 하겠는가?” 세종 29년 현직 하급관리들을 대상으로 한 과거시험인 ‘중시(重試)’에 출제된 문제다. 세종은 이 시험에서 기존 제도의 폐단을 막기 위해 왕권을 강화한 것이 오히려 왕의 비서실 격인 승정원을 비대해지게 만들었다며 이 부작용을 어떻게 해소할 수 있을지를 신하들에게 질문했다. 이 질문에 대해 현재 네 사람의 답안지가 전해지는데, 그중 신숙주의 대책이 가장 수준 높았다고 한다. 신숙주는 좋은 제도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도 제도를 올바르게 운영하는 훌륭한 인재를 발탁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답했다. 좋은 제도도 인재가 없으면 쓸모없다는 얘기다. 신숙주가 이 밖에도 법의 폐단을 예방하고 다스리기 위해 어떤 혜안을 내놓았는지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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