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7일 대한상공회의소가 개최한 제주포럼에서 한국 경제·사회가 나아갈 길 중 하나로 창업 정신을 강조하며 “‘문(moon)샷 싱킹’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문샷은 달을 자세하게 보려면 망원경으로 보느니 차라리 달에 가자는 과거 미국의 달 탐사선 프로젝트를 함축 도전정신을 함축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문샷 싱킹은 10% 개선을 넘어 10배의 혁신을 추구하는 구글의 핵심 혁신 조직을 일컫는다.
홍 부총리는 이날 제주신라호텔에서 열린 제44회 대한상의 제주포럼에서 ‘한국 경제사회, 가야 할 길’이라는 주제로 한 초청강연에서 “한국 경제가 한 걸음 더 나아가기 위해서는 가보지 않은 길을 가는 미국의 문샷과 같은 창업정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만큼 혁신을 강조한 말이지만 정부 핵심 관료나 정치인들이 ‘문’을 언급할 경우 종종 민감한 반응을 불러오기도 한다. ‘문’이 곧 문재인 대통령과 같은 의미로 해석되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한 참석자는 “문샷 싱킹 이야기를 들었을 때 뭔가 기분이 묘했다”며 “혁신을 강조한 것으로 보이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문’(文)으로 자주 불리는 걸 생각하면 문재인 대통령이 마치 혁신의 상징인 것처럼 강조한 거 같다는 해석이 나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국무총리 시절인 2017년 2월, 대선 출마 가능성을 묻며 따라붙은 기자들에 “문, 조심하세요”라고 하자 정계 안팎에서는 당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중의적으로 ‘문’이라고 표현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홍 부총리는 “젊은이들 98%가 취업전쟁터에 앉아 있다”며 “저 자신이 창업을 워낙 강조하다 보니 제 아들도 2년 동안 창업을 5번 했는데 모두 망했고, 지금은 작은 회사에 다니고 있다. 그러나 2년간의 고생이 큰 자산이 되리라 생각한다”고 자신의 아들 사례도 소개했다.
홍 부총리는 한국 경제사회, 가야 할 길로 혁신과 함께 공정경제도 강조했다.
그러면서 홍 부총리는 “조선시대 때 암행어사가 지니고 다니던 대표적 물건이 마패와 함께 유척(鍮尺)이었다”며 직접 유척을 손에 들어 보였다.
그는 “조선시대 때 암행어사가 지니고 다니던 대표적 물건이 마패와 함께 유척이었다”며 “관아가 세금을 걷을 때는 큰 박을 사용하고 나눠줄 때는 작은 박을 사용해 폭리를 취하는 폐단을 직접 조사하기 위함이었다”고 설명했다.
홍 부총리는 유척을 들어 보이며 “우리 경제와 사회는 명확한 규칙 또는 기준을 설정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이는 경제의 정확성 공정성의 상징으로 기재부 공무원 모두에게 선물하고 싶은 마음”이라고 했다.
홍 부총리는 이날 강연에서 “더 이상 압축성장 시기에 해왔던 성장전략은 유효하지 않다”며 “성장과 소득주도, 포용성을 아우르는 지속가능한 혁신적 포용국가를 국정 목표로 설정하고 지금까지 달려왔다”라고도 했다.
그는 “혁신적 포용국가를 만들기 위한 공정경제는 공기와 같은 것으로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했다.
홍 부총리는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과 관련해서는 다소 오해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소득주도 성장이라고 하면 최저임금 인상으로 경제를 어렵게 한 주범처럼 인식한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소득주도 성장은 고용시장 밖의 사람을 고용시장 안으로 끌어들이고 저임금 근로자 임금을 보존해주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저소득층의 생활 안정 등을 이루자는 것”이라며 “주 52시간 근무제도 멕시코와 우리나라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늘 근무시간 1, 2위를 다툰다는 점에서는 필요하다. 다만 이행과정에서 업종별 특성 등을 반영하는 등의 보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상의 제주포럼에는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을 비롯해 허용도 부산상의 회장, 이재하 대구상의 회장, 이강신 인천상의 회장, 정성욱 대전상의 회장, 전영도 울산상의 회장, 김무연 안산상의 회장, 이두영 청주상의 회장, 박용하 여수상의 회장, 한철수 창원상의 회장, 조창진 원주상의 회장, 김대형 제주상의 회장 등 전국 상의 회장단과 기업인이 대거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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