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부문, e커머스 압박에 불매운동까지
일본 관련 언급 최대한 자제 일단 버티기
유니클로 논란에 황각규 "오해 있었다"
온라인엔 '롯데=일본기업' 주장 또 등장
수출 규제 등 일본의 경제 보복이 촉발한 일본산(産) 제품 ‘불매 운동’이 잦아들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롯데그룹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롯데 주력 사업인 유통 부문은 최근 e커머스 업체의 최저가 공세에 시달리는 것은 물론 불매 운동까지 겹치며서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신동빈 회장을 포함한 롯데그룹 계열사 임원들은 일본 관련 내용에는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신 회장은 지난 16일 하반기 사장단 회의(VCM·Value Creation Meeting)를 시작하면서 출근길에 기자들을 만나 관련 질문을 받았으나 답변 하지 않았다. 약 열흘간 이어진 일본 출장에서 전날 귀국했다는 점 때문에 신 회장이 어떤 해법을 내놓을지 관심이 모였으나 어떤 물음에도 언급을 피한 것이다. VCM 2일차였던 17일에는 아예 기자들을 피해 출근했다. 롯데 관계자는 “VCM은 롯데의 미래를 논의하는 자리”라고 했다.
이를 두고 재계 안팎에서는 “신 회장이 답변을 피하는 게 아니라 달리 해법이 없다고 봐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정치외교적 해법이 필요한 문제인 탓에 기업 입장에서는 일단 현 상황을 견뎌낼 수밖에 없기도 하고, 민간 차원에서 이뤄지는 불매 운동에 왈가왈부 했다가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 있다고 판단했을 거라는 분석이다. 재계 관계자는 “롯데가 일본 관련 언급을 최대한 하지 않는 것으로 대응 방향을 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문제는 일본 경제 보복으로 인한 한·일 갈등이 잦아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이에 따라 불매 운동 양상도 점차 확대하고 있다는 점이다. 유니클로 일본 본사인 패스트리테일링이 최근 “한국 내 불매 운동이 오래 가지 않을 것”이라고 했던 임원의 발언에 전격 사과한 것은 불매 운동에 따른 위기감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으로 해석된다. 패스트 리테일링은 17일 “임원의 발언으로 심려를 끼쳐드려 대단히 죄송하다”며 “부족한 표현으로 진심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해 결과적으로 많은 분들께 불편을 끼쳐드린 점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황각규 부회장도 같은 날 VCM을 마치고 나오면서 유니클로 논란에 대해 “오해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그간 언급을 자제 해오던 롯데가 황 부회장을 통해 이번 논란에 대해 발언한 것 자체가 불매 운동에 얼마나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으며 위기감을 느끼는지 보여준다고 풀이했다. 유니클로 한국 법인은 롯데가 지분 49%를 가지고 있고, 무인양품·롯데아사히주류 등도 롯데와 일본 기업의 합작사다. 이밖에도 롯데미쓰이, 롯데캐논, 롯데JTB, 한국후지필름 등이 있다.
온라인 상에는 롯데그룹 자체를 보이콧 해야 한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롯데와 일본의 관계에 대한 설명이 담긴 게시물은 물론 지배 구조 표를 놓고 롯데가 사실상 일본 기업이라고 주장하는 내용도 있다. 다만 롯데그룹은 호텔롯데를 제외한 계열사 대부분이 한국 법인인 롯데지주 지배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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