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신고 일본기업논란 주문먹통 등
최근 두 달 사이 갖가지 논란 휩싸여
급성장에도 관리체계 미흡 비판 쏟아져
공정위 신고, 일본 기업 논란, 주문 먹통 사태까지. 최근 두 달 사이 e커머스 업체 쿠팡을 둘러싸고 벌어진 일들이다. 물론 억울한 논란도 있다. 다만 논란 하나하나가 쿠팡 이미지에 타격을 줬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쿠팡이 수년간 몸집을 급격히 키우는 데 성공했지만 커진 몸을 관리하는 체계는 갖추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지난 24일 오전 7시부터 약 10시간 가량 이어진 ‘품절 대란’은 상징적인 사건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온라인을 기반으로 한 유통회사가 약 네 시간동안 전혀 주문을 받지 못하게 된 사태도 이해하기 힘들지만, 대처는 더 안 좋았다고 평가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유통회사에서 주문이 안 된다는 건 최악의 상황이다. 사고가 발생한지 약 6시간이 지나서야 공식 사과를 했다는 건 황당한 일”이라고 했다. 쿠팡은 주문이 불가능한 상황이라는 걸 공지하지도 않았다. 또 다른 관계자는 “쿠팡이 크게 당황해서 대처를 못하는 모습이었다”고 했다.
쿠팡이 주문 시스템을 정상화하는 데 걸린 시간이 길어도 너무 길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쿠팡이 유통하는 전 상품이 품절 처리됐다가 복구가 시작된 건 오전 11시부터였다. 쿠팡은 주문 불통이 “재고 데이터베이스와 관련된 기술적 문제로 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스템이 완전히 정상화된 건 늦은 오후였다. 유통회사이면서 IT기업이기도 한 e커머스 업체에서 이정도 시간이 걸릴 만한 문제가 발생했다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비판이다. 이에 쿠팡 시스템이 해킹당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불거졌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쿠팡도 빠르게 정상화하기를 원했겠지만, 그만큼 심각한 문제였다는 의미”라며 “이런 문제가 또 발생하지 않을지 장담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최근 있었던 ‘일본 기업 논란’이 채 가시기도 전에 ‘품절 대란’이 발생해 더 아프게 느껴질 거라는 게 업계 공통된 시각이다. 최근 일본 불매 운동이 확산하면서 쿠팡은 손 마사요시(한국명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약 30억 달러 투자를 했다는 이유로 일본 기업으로 몰려 곤혹을 치렀다. 쿠팡은 지난 17일 “쿠팡은 우리나라에서 설립돼 성장했고, 사업의 99% 이상을 한국 내에서 운영한다. 일자리 창출에 크게 기여해 이미 2만5000명의 일자리를 만들어 냈다”며 한국 기업임을 강조했다. 이러한 외부 악재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주문 불통이라는 내부 문제까지 터져나온 셈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매우 극심한 성장통이라고 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쿠팡은 앞서 ‘협력 업체 뺏어오기’ ‘특정 업체 제품에 대한 불이익’ ‘협력 업체에 판촉 비용 전가’ 논란에 휩싸이며 ‘배달의 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 형제들’, 납품업체인 LG생활건강, 또 다른 e커머스 업체인 위메프에게 공정거래위원회 신고를 당하기도 했다. 외형 성장에 집중하는 과정에서 경쟁·협력 업체들과의 관계 정리가 매끄럽지 못 하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쿠팡은 2015년과 2018년 손 마사요시 회장이 만든 소프트뱅크비전펀드(SVF)에서 약 30억달러를 투자받으며 빠르게 성장했다. 2015년 매출 1조1338억원을 달성했고, 2017년에는 2조6814억원, 2018년에는 4조4147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매출은 6조원을 넘길 거라는 예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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